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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작가]

 

 

유시민의 책을 읽는다는 것
유시민의 책을 읽는다는 것

 

 

완독, 해야 할까?

완독(完讀)은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해하는 것으로, 4박~5박 걸려 지리산 전체를 종주(縱走)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지리산은 뱀사골을 거쳐 산장까지만 올랐다가 내려오거나, 일부 코스만 경유해 12일만에 끝내기도 하면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즐기는 것이지 무조건 종주해야 하는 건 아니죠.  이와 마찬가지로 독서 행위도 무조건 완독을 목표로 읽어나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완독이 어려운 사람에게 계속 완독을 요구하면 오히려 열패감에 빠져 책을 더 멀리하게 될 수도 있고요.

다독가인 저 역시 완독에 집착하지 않고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며 필요한 부분만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완독 자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제가 완독했다는 말에서 찾아낼 수 있는 의미는 다음 두 가지 뿐입니다.

첫째, 완독할 만큼의 체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

둘째, 자신과 잘 맞는(재미를 느끼는) 책의 발견

 

그럼에도 완독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 읽으려는 책이 자신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주제인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필독서, 읽어야 할까?

100, 50권의 필독서 리스트들이 무척 많은데요, 추천한 사람이 전부 다 읽었다면 그런 추천은 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추천목록은 "리스트에서 각자 재미를 느끼는 것을 찾아 골라서 읽으면 좋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좋은데요, 유명 대학 교수들이 추천했다는 청소년 필독서 100권이 있다면, 그 안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 읽으라는 것이.

오랫동안 살아남아 스테디셀러가 되어 여기저기 추천되는 책들은 내용 자체의 가치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책을 기웃거리며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나가는 시간을 어느정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따라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한다면 공신력 있는 추천 리스트를 활용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기 위해 세 번 도전했다 전부 50쪽도 못 읽고 그만뒀고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30쪽을 읽고도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어 덮어 버렸죠이로인해 주인공이 침실에 자러 들어가는 일로 10쪽을 넘기거나 선생님 병문안 다녀오는 일로 다섯 쪽이 지나가는데 눈에 띌만한 사건은 하나도 없고, 등장인물의 마음속에서만 온갖 일이 일어나는 책들보다는 분명한 사건과 이야기가 있고 맥락이 뚜렷한 책을 훨씬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다가 이해도 안 되고 재미도 없어서 완독에 실패하여 자책과 열등감에 시달리지 말고 그대로 책장을 덮으세요.  자신과 안 맞는 책이니 다른 책을 찾아 읽으면 되니까요.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좋아하는 스포츠 분야가 저마다 다르듯 소설이나 시, 수필, 교양서 등의 도서 분야 역시 사람에 따라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책, 어떻게 읽을까?

책은 살아가는 데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으니까 읽는 것입니다.

다독(多讀)이 특별히 가치 있는 행위는 아니라서  “1년에 OO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100200권 무리하게 읽어낼 필요도 전혀 없어요.  인간이 세상의 책을 전부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흥미와 기쁨을 주는 책만 골라 읽는 것이 짧은 인생을 효과적으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책은 저자(著者)가 문자 텍스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정보와 생각, 감정 등을 심어 놓은 것으로, 독자(讀者)는 그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죠.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같은)글을 백 번 (반복해서) 읽으면 의미가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는 말

“100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보인다라는 말이 있지만, 저자가 잘못 썼을 수도 있는데 100번을 읽으며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은 독서가 아닌 공부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보고 두 번 읽어봐도 이해가 안 되면 과감하게 건너뛰세요. 나중에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때로는 갑자기 그 뜻이 이해되기도 하는데 그 순간 독서의 기쁨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책이나 라디오 등의 문자기반매체, 소멸되지 않을까?

Radio를 위협하며 등장한 TV는 한 세기도 안되어 Youtube, SNS, Instagram 등의 뉴미디어에 메인 매체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라디오가 유일한 매체였는데 이제는 텍스트와 영상매체가 마구잡이로 결합하며 미디어 세계가 격변하는 중이죠.  

라디오는 기세가 약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장단점을 지닌 채 독자적인 미디어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영상매체는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사람들이 영상 안에서 말과 동작을 하는 잘 편집된 화면을 제공하여 보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보도록 합니다.  이것이 너무 편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아요.

반면 라디오는 오로지 소리로만 전달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두뇌 안에서 모든 것을 조합해야 하므로 영상매체에 비해 매우 불친절하죠.  그러나 이러한 불완전함이 라디오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듣는 사람이 라디오의 텍스트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면 자기만의 영상화 작업을 해나가야 하는데 그 즐거움이 매우 크기 때문이에요.

 

잘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에 깊숙이 들어가 보면, 가장 아래에 콘텐츠의 바탕을 이루는 문자 텍스트가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디오처럼 음성으로만 지원되는 매체 역시 문자 텍스트 기반이어서 청자가 텍스트를 따라가며 주인공의 얼굴이며 형체, 배경 등을 상상하도록 만들어 듣는 사람만의 독창적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기쁨을 주기 때문에 문자 텍스트는 소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다 만들어 주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겠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 하고 더 근본으로 들어가 어떤 문제에 대해 긴 호흡으로 생각하며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에는 그것을 문자 텍스트에 담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 미디어는 완성되는 과정에서 가시화되는 자막 등으로 문자 텍스트의 일부만이 살아남아 보여지지만, 역으로 따라 내려가 보면 가장 아래 바닥에는 풍부한 양질의 텍스트가 있습니다. 그 깊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상을 보는 데서 끝내지 않고 더 깊이 내려가보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창조작업의 가장 밑바닥에는 문자 텍스트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고수(高手)라면 문자 텍스트의 토대 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문자 텍스트에 천착하고 파고들어 다시 만들어 내고 사용하는 것은 몹시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어서 소비는 위축되고 있지만, 과거 문맹률 90% 안팎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 온 "문자"의 강인함을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으로 책이나 라디오 매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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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s://knou-oun.tistory.com/entry/%EC%9C%A0%EC%8B%9C%EB%AF%BC%EC%9D%98-%EC%B1%85%EC%9D%84-%EC%9D%BD%EB%8A%94%EB%8B%A4%EB%8A%94-%EA%B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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