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소식

공식 방통대 Blog 소식

조회 수 8866 추천 수 2 댓글 0

[김지윤*작가/상담연구소장]

 

 

 

 

가족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먼저 우리가 가족에 대해서 새롭게 한번 봤으면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족은 피로 이루어진 집단, 그래서 굉장히 끈끈하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런 말이 있죠. 그런데 결국에 가족은 인간관계예요. 그리고 가족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정밀한 조직이죠. 가족은 시스템으로 움직여요.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고, 맛있는 거 해주는 사람 따로 있고, 먹어 치우는 사람 따로 있어요.

 

 

 

항상 늦잠 자는 사람 따로 있고, 부지런하게 재활용 보는 사람 따로 있죠. 요런 것들이 시스템이에요. 뭔가 눈치 보는 사람 따로 있고, 그 사람이 예민하면 뭔가 잘못된 거 따로 있고, 자기 맘대로 하는 사람 따로 있고. 요렇게 계속 톱니바퀴가 큰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 또 가족들이 시스템적으로 받쳐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톱니바퀴처럼 계속되는 상호 작용으로 흘러가요. 그래서 만약에 이 가족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한 사람을 굉장히 힘들게 하는데 그게 시스템적으로 고쳐지지 않으면 이 관계는 굉장히 힘들어지게 되겠죠.

 

가족이 거는 최면

가족은 무조건 정과 사랑으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족 생활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어요. 40대가 넘어서도 여전히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가족이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하고, 저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왜냐하면 가족이니까 그냥 도와야 하고, “그래도 네가 없는데, 네가 형인데, 네가 엄마인데” 이런 식으로 이름이 주는 역할을 요구받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시스템이 굉장히 고통스러운 게 돼요.

 

 

 

이걸 강화시키는 게 가족끼리 거는 최면이에요. 가족 최면이라는 건 가족들이 자주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서 “너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규정해주는 거예요. 주로 가족 내 권력자가 많이 하죠. 예를 들어 “너처럼 부지런한 애는 본 적이 없어”, “너는 우리 집 기둥이야” 이런 말들요. 그러면 그 사람이 그 역할을 벗어나기 힘들어지는 거예요.

 

 

 

저도 할머니가 맨날 “넌 야무진데 게을러”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앞뒤가 안 맞잖아요? 그래서 저는 “나는 야무지지만 게으른 사람이구나”라고 믿었어요. 진짜 오랫동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40대 초반까지요. 근데 사람들이 저한테 너무 부지런하다, 좀 쉬라”고 하는 거예요. 냉장고 정리도 매주 하고, 도시락 싸고, 꽃도 사고. 저는 진짜 부지런한데, 할머니의 말이 최면처럼 내 안에 박혀 있었던 거죠.

 

사회적 맥락 속의 가족

 

 

이런 체면은 꼭 나쁘게만 거는 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잡혀 있으면 문제가 돼요. 장남은 기둥이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살기 어렵고, “넌 착해서 옆에 있는 사람이 편해”라는 말 때문에 불편한 소리 못 하고. 그러나 가족이라는 건 결국 인류 전체에서 몇 명 안 되는 구성원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성인이 되면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찾아야 해요.

아들이 서른이 넘었는데 취업도 못 하고 연애도 안 한다, 이건 사적인 해석이에요. 사실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30대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일 수 있는 거예요. 남편이 집에서 말이 없다? 이것도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고, 한국 60대 남성들이 대체로 그렇게 살아온 결과일 수 있죠. 엄마가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었다? 이건 갱년기라는 사회적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관계는 고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빠들은 갱년기 때 정서 변화가 와요. 스포츠 뉴스만 보던 사람이 갑자기 드라마에 빠져든다든지, 눈물을 터뜨린다든지. 이건 정서 상태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그럴 때 가족이 놀리거나 무시하면 안 되고, 함께 공감해주면서 대화의 2막을 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해요.

 

 

관계는 고정된 게 아니에요. 가족 관계, 부부 관계는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며 변해요. 엄마들도 중년이 되면 서글프면서도 기쁜 ‘홀로’의 정서를 경험하죠. 이런 맥락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가족을 좀 더 성숙하게 이해하고 대할 수 있어요. 결국 가족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들여야 하는 소중한 인간관계입니다.

 

 

 

https://knou-oun.tistory.com/entry/%EC%82%AC%EB%9E%91%ED%95%98%EB%8A%94-%EA%B0%80%EC%A1%B1-%EC%9D%B4%EA%B2%8C-%EA%B0%80%EC%8A%A4%EB%9D%BC%EC%9D%B4%ED%8C%85%EC%9D%B4%EC%97%88%EB%8B%A4%EB%8B%8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방송대 SNS 채널에 다양한 소식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 10480 0 2024.06.24
공지 이 게시판은 방송대 블로그에서 올라오는 실시간 알림글입니다. 160318 0 2014.02.10
2242 2014학년도 1학기 매체강의 제공 안내 5282 0 2014.02.04
2241 2014. 1학기 신.편입생 모집요강 공지 4425 0 2014.02.04
2240 민족 대명절 '설날'과 '축제'가 만났을 때 file 4076 0 2014.01.28
2239 '로맨스가 필요해' 남궁민 같은 멘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多 있다! file 3884 0 2014.01.29
2238 SBS『두시탈출 컬투쇼』, 두번째 우리 동문 사연 공개 file 3867 0 2014.01.29
2237 우리 대학, 29일 합격자 발표, 30일부터는 추가 모집 들어가 file 4122 0 2014.01.29
2236 [인사동정]대전·충남지역대학장 박태상 file 4478 0 2014.01.29
2235 즐거운 설날 보내세요! *^^* file 5239 0 2014.01.29
2234 '유일무이(唯一無二)', 방송대만의 원격 영상 강의 시스템! file 4205 0 2014.01.30
2233 이혼, 방송대 '가정학과'와 함께라면 '무용지물(無用之物)'! file 3926 0 2014.02.03
2232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설 풍습 file 3992 0 2014.02.03
2231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방송대 '스터디 모임' file 3983 0 2014.02.04
2230 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방송대 대학원 '청소년 교육학과' file 4309 0 2014.02.05
2229 SBS <두시 탈출 컬투쇼>, 세번째 우리 동문 사연 소개 file 3831 0 2014.02.05
2228 [국민] 도약하는 우리 대학 file 3456 0 2014.02.05
2227 [문화] 한학기 등록금 35만원 가벼운 학비, 깊이 있는 교육 file 3987 0 2014.02.05
2226 전 세계인의 축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file 3721 0 2014.02.06
2225 [문화]조남철 총장, “평생 교육 허브대학 質높은 강의 자부심” file 3718 0 2014.02.06
2224 방송대 대학원 '실용중국어학과'와 함께라면 '중국어 구사'는 기본! file 4094 0 2014.02.07
2223 [한겨레 칼럼] 문화교양학과 백영경 교수 file 3432 0 2014.02.0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