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약사/푸드라이터]

1. “운동을 많이 하면 많이 먹어도 될까?”
강연을 다니면서 음식과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들어오는 공통적인 질문 중 하나가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많이 먹고 많이 운동을 하는 게 더 좋은지, 적게 먹고 적게 운동하는 게 좋은지” 또는 “적당히 운동을 최소한만 하는 게 좋은지” 여기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세요. 아마 이런 이야기에서 시작이 된 것 같아요.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운동선수들은 굉장히 많은 음식을 먹잖아요. 하루에 5000kcal를 먹어도 워낙 많은 운동을 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다, 이런 걸 뉴스에서 보니까 ‘나도 그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말 많은 분들이 하는 질문이 바로 이렇게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적게 먹고 적게 운동하는 게 좋은지입니다. 일단은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거에 대한 감당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니에요.
최신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영국에서 35만 명 정도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①운동은 열심히 하는데 식생활은 엉망인 사람, ②식생활은 굉장히 철저히 건강하게 먹으려고 애를 쓰는데 운동은 전혀 안 하는 사람, ③운동도 적당히 하면서 식생활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을 비교했거든요. 그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면, 이게 연구 대상이 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57세 정도니까 저보다도 나이가 좀 더 있는 그런 분들 대상인데, 최소한 중장년층은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많이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상쇄가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운동을 전혀 안 하고 음식만 신경 쓰는 분들도, 운동을 하면서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이는 분보다는 덜 건강하고 수명이라든지 어떤 질병이 생길 위험성이 더 높게 나타났어요. 여기서 운동이라는 것은 사실 일주일에 고강도의 운동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가끔 산책을 한 30분 정도 나간다든지 하는 그런 가벼운 운동을 일주일에 한두 번만 해줘도 전혀 안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건강한 삶을 산다는 거예요.
그래서 과학자들의 연구를 봤을 때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야기가 뭐냐면, 운동도 적당히 하되 과하게 할 필요는 없고 최소한의 자극을 주면서 음식도 골고루 건강하게 신경 써서 먹는 게 건강하고 장수하는 데 더 좋다는 거죠.
다만 나이 들어서 적게 먹을 때는 골고루 먹어야 되겠죠. 많이 먹을 때는 골고루 먹는 것 신경 안 쓴 채로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지, 무슨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율 안 맞춰도 되거든요. 적게 먹을 때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2. “약 하나로 오래 살 수 있을까?”
그러면서 제가 음식에 대한 것을 말씀드렸는데, 약은 우리 몸에 대해서 어떻게 작용할까요? 이런 거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잖아요. “약 먹고 장수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언제는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그런 면에서 확실하게 나와 있는 약이 없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관련된 연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약 중에서 어쩌면 혹시 수명을 더 연장시켜줄 수 있는 약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요. 도대체 어떤 약이 수명을 연장시켜줄 수 있다면, 그 약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유에서 우리의 수명을 연장시켜준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라는 게 궁금하죠.
그런데 그런 약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이건 연구 논문인데요. 이 연구 논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약은 <당뇨약>입니다. 최근에 나온 당뇨약 중에 SGLT라고 하는 약이 있어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소변으로 포도당을 버리게 되거든요. 그걸 다시 회수해요. 그 회수를 못 하게 하는 약이 당뇨약으로 나와서 투억제제라고 하는데, 이 약을 쓰게 되면 희한하게도 당뇨인 분들이 심장 질환 위험이 더 큰데 어떤 심장 질환이 오거나 그로 인해서 사망할 확률이 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런 유익한 효과가 있지?’ 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분석을 해서 쓴 논문입니다.
실제로 실험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데 이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뭐냐면, 이 약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당뇨약들도 비슷하게 어떤 사망률이라든지 심장 질환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데, 이런 약들이 전부 단식과 비슷한 효과가 있더라는 거예요.
SGLT라고 하는 당뇨약, 그리고 피오글리타존이라고 하는 당뇨약은 이미 쓰고 있는 당뇨약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라고 하는 어려운 약인데 이 약도 이미 쓰이고 있어요.
여러분들 아마 당뇨약 중에 살 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 주사제에 대해서 들어본 분들이 계실 텐데, 이런 약들이 전부 사람에게 사용했을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피오글리타존은 안 그렇지만, 대체로 체중이 줄어들고 식탐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당뇨약 중에서 체중이 감소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라는 주사제를 한 번 경험해 봤습니다. 제 직업이 약사이기도 하니까 처방을 받아서 사용해 본건데, 당뇨가 아닌 사람도 체중 조절을 위해 쓸 수는 있어요. 대신에 보험이 안 됩니다.
약을 쓰고 나면 밥 먹었을 때 포만감이 좀 더 빨리 와요. 그리고 약간 침이 더 돌긴 하는데, 불쾌하지는 않아요. 밥맛은 그대로 있는데, 먹고 나면 보통 같으면 한 그릇을 다 비웠을 텐데, 중간쯤 먹었을 때 신호가 와요. 그래서 중간에서 멈추게 되더라고요.
물론 이 약이 과연 체중 조절 말고 장수에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되고, 아직 연구가 된 게 거의 없어요.
3. “비타민이 장수의 비밀일까, 착각일까?”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으로 봤을 때 장수와 관련된 약 중에서 최소한 확실한 건, 비타민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얼마 전 연구 결과에서도, 비타민·미네랄 종합제를 섭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사망률, 암 발생, 심장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할 때 비타민 하나를 먹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매일 알약을 여러 개 먹으면서 ‘나는 더 오래 살 거야’ 하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비타민B2 같은 경우에는 과잉 복용 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약으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과학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3월 타임지에 ‘저 아기는 142세까지 살 수 있다’라는 기사도 실렸었는데, 비판이 많았습니다. 근거로 제시된 건 라파마이신이라는 약인데, 쥐에게 실험했더니 수명이 연장되더라는 겁니다. 그걸 사람에게 적용하면 142세까지 살 수 있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이 약은 면역억제제로 사용되는 약이고, 사람에게 장수 목적으로 쓰기엔 부작용(탈모, 고환 위축 등)이 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파마이신 역시 세포의 대사 경로 중 오토파지와 연관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 “결국 답은 소식(小食)이다”
의사들이 비유로 자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충분할 때는 그냥 쓰지만, 얼마 안 남았을 때 절전 모드로 가면 오래 가잖아요. 중장년층이 오래 살고 싶다면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것보다 고장 난 세포를 잘 수리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걸 <오토파지>라고 하는데, 결국 건강 장수의 열쇠는 소식입니다. 음식 종류보다 ‘얼마나 적게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프랑스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가 와인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식 습관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은 적게 먹고, 체중 관리에 철저합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음식을 먹는다고 더 건강한 건 아닙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골고루, 적게 먹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 이것이 현재까지 최선의 해법이며,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물론 앞으로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는 골고루 적게 먹고 운동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