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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조작기”라는 번역, 과연 최선이었는가?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은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 네 단계로 이어지는 이 발달 단계는 교과서 속에서 당연한 듯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인 Formal Operational Stage를 “형식적 조작기”라고 번역한 것은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1. “형식적”이라는 번역의 함정

한국어에서 “형식적”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겉치레에 불과한, 진정성이 없는”이라는 뉘앙스로 이해된다. “형식적인 회의였다”, “형식적으로 사과했다” 같은 예문을 떠올려 보라. 이런 언어 습관 속에서 학생이나 일반 독자가 “형식적 조작기”라는 용어를 접하면, “진심 없는 사고 단계?” “외형만 있는 사고?”라는 전혀 엉뚱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다.

이는 번역의 본령을 망각한 결과다. 번역은 단순히 원어를 기계적으로 옮기는 행위가 아니다. 번역은 의미의 맥락과 언어 문화의 뉘앙스를 고려하여, 독자가 원래 개념을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여야 한다.


2. Formal의 본래 의미

피아제가 말한 formal은 “격식 있는”도, “형식상의”도 아니다. 그것은 논리적 형식(logical form)을 가리킨다. 즉, 구체적 대상이 없어도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연역적으로 추론하며, 추상적인 명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수학적 사고, 과학적 실험 설계, “만약 A라면 B일 것이다”라는 사고는 모두 이 단계의 특징이다.

그런데 “형식적”이라는 번역은 이 의미를 전혀 전달하지 못한다. 이는 번역자가 사전적 대응어에만 의존하고, 일상 언어의 사용 차이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탓이다. 결과적으로, 학문적 개념이 독자에게는 기묘한 오역처럼 다가오게 된 것이다.


3. 더 나은 번역: “추상적 논리 사고기”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나는 “추상적 논리 사고기”라는 표현이 훨씬 본래 의도를 충실히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 추상적: 구체적 대상이 없어도 사고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 논리: 사고가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논리적 구조를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 사고기: 조작(operation)을 “사고”라는 맥락적 표현으로 풀어내, 독자에게 더 명확하게 다가간다.

이 표현을 쓰면, 학생은 “이 단계에서는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구나” 하고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번역은 학문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번역자는 단순한 언어 노동자가 아니라, 학문과 독자를 연결하는 안내자다. 용어 하나의 선택이 학문 개념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영영 오해 속에 가두어 둘 수도 있다. “형식적 조작기”라는 표현은 후자의 사례다.

우리는 이제라도 학문 용어를 다시 성찰해야 한다. 학생과 일반 독자가 원래 이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어를 새롭게 제안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형식적 조작기” 대신 “추상적 논리 사고기.” 그것은 단순한 단어 교체가 아니라, 학문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되살리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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