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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의 원죄(原罪), 자선조직협회(COS) 철학의 구조적 맹점을 논하다

 

역사의 모든 이념은 그 시대의 거울이다.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피어난 자선조직협회(Charity Organization Society, 이하 COS)를 오늘날 단순히 '비효율적 자선의 해결사' 혹은 '과학적 사회사업의 효시'로만 기억하는 것은 위험한 단순화다. COS가 제시한 '효율성'과 '조직화'라는 매력적인 구호 이면에는, 우리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싸워내야 할 사회복지의 근본적인 '원죄(原罪)'가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 '도덕적 진단'이라는 이름의 착각이다.

COS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는 '빈곤은 개인의 도덕적 결함의 산물'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들이 내세운 '과학적 자선'이란, 사실상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나태, 음주, 불성실함에서 찾아내려는 '도덕적 진단'에 다름 아니었다. 그 유명한 '우애 방문원(Friendly Visitor)'은 이름과 달리 친구가 아니었다. 그들은 중산층의 가치관이라는 잣대를 들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샅샅이 '조사'하고, 구호의 자격 유무를 '판정'하는 심판관에 가까웠다.

이러한 접근은 도움을 받는 이를 동등한 시민이 아닌, 교화와 관리가 필요한 '사례(case)'로 객체화하는 치명적 오류를 낳았다. 사회복지의 시선이 구조가 아닌 개인의 결함에만 고정될 때, 그 실천은 연대가 아닌 통제로 변질될 수 있음을 COS는 명징하게 보여준다.

 

둘째, '온정적 가부장주의'라는 이름의 오만이다.

COS의 활동 기저에는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안다'는 식의 온정적 가부장주의(Benevolent Paternalism)가 깔려 있었다. 구호의 여부, 종류, 방식은 모두 COS의 위원회가 결정했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발언할 기회도, 해결 과정에 참여할 주체성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시혜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다.

이는 현대 사회복지의 핵심 원칙인 '자기결정권'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진정한 도움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COS는 이 지점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그들은 가난한 이들의 입을 막고, 그들의 손발을 묶은 채 자신들의 도덕률을 주입하려 했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결함, '구조적 맹점'이다.

개인의 도덕성이라는 현미경으로 빈곤을 들여다보는 데 집착한 나머지, COS는 빈곤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사회 구조를 완전히 외면했다.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비위생적인 주거 환경,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 아동 노동 착취 등 산업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는 철저히 침묵했다.

마치 독성 물질로 가득한 토양과 햇빛 한 줌 없는 환경은 보지 못한 채, 시들어가는 화초의 잎사귀만 탓하며 "네 의지가 부족하다"고 꾸짖는 것과 같았다. 빈곤이라는 거대한 숲을 보지 못하고, 병든 나무의 흠집만 파고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보관 운동이 "문제가 있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환경이다"라며 반기를 들고 일어선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COS의 유령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돈다. 복지 수급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개인의 노력 부족을 탓하는 사회적 분위기, 구조 개혁보다 개인의 변화에만 집중하는 정책들 속에 COS의 철학은 교묘하게 숨어있다. 현대 사회복지학도와 실천가들의 진정한 과제는 150년 전 COS가 저지른 '자선의 원죄'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에 대한 '도덕적 진단'의 유혹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잃지 않으려는 부단한 성찰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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