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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가장 '느리고, 지독한' 방법 - 사울 알린스키의 4가지 원칙

 

우리는 종종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보면 해결책부터 떠올린다.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지고 현장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도가 좌절되고, 얼마나 많은 열정이 소진되는가. 여기에 반세기 전, 한 지역사회 조직가가 던진 냉소적이고도 현실적인 지혜가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고 말했던 사울 알린스키. 그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돕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1. 그들의 문제를 당신이 정의하지 마라

 

알린스키가 남긴 첫 번째 원칙이자 가장 날카로운 경고는 이것이다. "사람들을 위해 문제를 규정하는 실천가는 실패할 것이다." 전문가나 활동가는 종종 멀리서 문제를 조망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객관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알린스키에게 그것은 가장 오만한 실패의 지름길이었다.

진정한 변화의 동력은 아름답게 포장된 보고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 속에서 터져 나오는 '진짜 분노'에서 비롯된다. 아이가 건너는 횡단보도가 위험하다는 것을 매일 느끼는 부모의 불안감, 부당하게 오르는 월세에 대한 세입자의 막막함. 바로 그 생생한 경험과 감정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에너지다. 외부인이 "당신들의 문제는 이것입니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에너지는 꺼져버린다. 조직가는 진단하는 의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아픈 곳을 말하게 하는 촉매제여야 한다.

 

2. 선동가가 아닌, '촉매제'가 되어라

 

그렇다면 조직가는 무엇을 하는가? 알린스키의 조직가는 메가폰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선동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사람들의 부엌에 앉아 차를 마시고, 하염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 가깝다. 그는 "효과적인 조직가는 교육하고, 신뢰를 쌓는다"고 믿었다.

여기서 교육이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다. "왜 항상 우리 동네만 피해를 볼까요?", "이 문제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주민들이 자신의 언어로 세상의 권력 관계를 이해하고, 흩어져 있던 불만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 쌓이는 신뢰는 조직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주민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을 믿고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3. '자기 이익'의 순간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라

 

알린스키 철학의 가장 비정한 부분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목이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할 때까지 기다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가는 왜 기다려야 하는가? 주민들이 그 문제에서 자신의 '자기 이익(self-interest)'을 발견할 때까지다.

알린스키에게 '자기 이익'은 이기심이나 탐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아이의 안전, 내 집의 월세, 나의 존엄성처럼 지극히 인간적이고 절박한 욕구였다. 전문가의 눈에 아무리 거대하고 중요한 사회 문제라도, 주민들이 "이건 내 문제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느끼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 동네 놀이터의 깨진 유리 조각이 내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자기 이익'이, 멀리 있는 환경오염 문제보다 더 강력한 조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조직가의 역할은 그 작은 자기 이익이 어떻게 더 큰 공동의 이익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4. 모든 변화는 아래로부터 와야 한다

 

앞선 세 가지 원칙은 결국 이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변화는 그들로부터 와야 한다." 이것은 알린스키 철학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외부의 도움으로 얻어진 변화는 외부인이 떠나면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싸워서 얻어낸 변화는 그들의 DNA에 새겨진다. 그들은 승리의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깨닫고, 또 다른 문제에 맞설 용기를 얻는다. 이것이 바로 '소유권'의 문제다. 주민들이 직접 쟁취한 변화만이 진정으로 그들의 것이 된다.

알린스키의 방식은 느리고, 지독하며, 때로는 답답하다. 하지만 그의 지혜는 분명하다. 진정한 사회 변화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세련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움트는 거칠고 생생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것을. 그것은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함께' 기다리고 조직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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