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가 주장하는 공부의 목표는 특정 문제를 일정한 품질로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지식의 획득입니다. 어떻게 학습해야 실용할 수 있는 지식을 더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까요?
논어 위정편(論語 爲政編)에 따르면 공자께서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하셨습니다. 정확한 번역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저는 "Reading without thinking is always in vain.; Thinking without reading is always in peril."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학(學, reading)과 사(思, thinking) 두 가지를 다 잘해야 제대로 된 학습이지, 學만 하면 쓸모가 없고 思만 하면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學은 무엇이고 思는 무엇일까요?
Polanyi를 따라 Nonaka는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구분합니다. 형식지는 말이나 글로 된 지식, 쉽게 말해서 책에서 배우는 지식이고, 암묵지는 몸에 익힌 지식으로서 실질적인 기술로 변환된 지식입니다. 요리책 속의 요리법이 형식지라면, 엄마의 손맛은 암묵지입니다. 형식지는 지식을 보관하고 전파하는 데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습니다. 요리책을 많이 읽는다고 일류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學이란 책속의 지식(형식지)을 읽고 배우는 일이고, 思는 배운 형식지를 몸에 붙여 활용 가능한 지식(암묵지)으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공자왈맹자왈을 많이 외우고 있어도 생활에 적용하지 못하면 배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기존에 축적된 보다 완전한 형식지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잔머리를 굴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위태롭습니다. 우선은 책속의 형식지를 많이 익힌 다음, 그 지식들을 현실문제를 해결하는데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생각해서 손맛처럼 몸에 붙여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을까요? 공자의 말씀에 대한 정자(程子; 정호, 정이 형제)의 해석이 도움을 줍니다. “博學 審問 愼思 明辨 篤行, 五者廢其一 (卽)非學也.” (Missing any one of the followings will make your learning defective: Read a lot; Raise questions; Search considerately for answers; Criticize, compare, and synthesize the answers; and Implement the result sincerely.)
이 다섯 가지 활동 가운데 첫째, 즉 박학만이 學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심문, 신사, 명변, 독행이 思를 구성합니다. 하나의 형식지를 배우면 무슨 뜻인지, 어디에 적용할 수 있는지, 다른 지식과 비교하여 장점‧단점은 무엇이지 등을 질문하라; 질문을 했으면 스스로 답변해보려고 노력하라; 자신이 찾은 답변들을 비판하고 비교하며 통합해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보라; 이제 그 결론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거나 실행해보라는 것이 정자가 일러주시는 생각의 내용과 절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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