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짜 자존감의 특징 5가지
가짜 자존감은 남의 인정을 먹고 자라는 화병 속의 꽃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짜 자존감은 뿌리가 단단한 나무가 될 것 같고요. 우리는 가짜 자존감을 진짜 자존감이라 생각하고 많이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짜 자존감이 갖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 칭찬이 없으면 불안한 엄마
예를 들어서 칭찬이 없으면 불안한 엄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남편이 오늘 반찬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안 한단 말이에요. 나는 굉장히 열심히 살았는데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다 됩니다. ‘반찬이 좀 별로인가? 왜 이러지?’ 이런 생각하게 되고요. 또 SNS에 올렸는데 좋아요가 몇 개 달리지 않는 거예요. ‘내 게시물이 좀 별로인가? 내가 뭘 좀 잘못했나?’ 이렇게 생각하는 엄마들이 가짜 자존감을 추구하는 엄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다른 엄마와 끊임없이 비교
그리고 다른 엄마와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옆집 아이는 파닉스를 몇 개월 했는데 우리는 아직 못하고 있다.’ ‘저 집 아이는 기저귀를 18개월에 뗐는데 우리는 아직 못 떼고 있네.’ 이렇게 끊임없이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나의 순위를 정하는 엄마들이 바로 이 가짜 자존감이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완벽주의의 덫에 빠진 엄마
또한 완벽주의의 덫에 빠져있죠. 아이 도시락을 쌀 때는 SNS용 캐릭터 도시락, 우리 집은 항상 깨끗해야 하고, 또 우리 아이는 항상 예뻐야 해서 아이의 옷을 예쁘게 입혀서 SNS에 올리는 이런 엄마들. 살림 같은 거 막 자랑하는 엄마들이 있잖아요. 예쁜 그릇에 세팅된 식사. 이렇게 하면서 그 완벽주의 덫에 빠져서 ‘이렇게 사는 나는 잘난 엄마.’에 갇히는 거죠.
4. 의미 있는 순간의 상실
의미 있는 순간이 없어지게 돼요. SNS 올릴 때 그림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느라 진정한 교류가 일어나지 않죠. 한 엄마가 아기 돌사진 정리를 했어요. 돌 사진, 영상을 찍기 위해서 사진은 있는데 그 순간이 기억이 잘 안 나더랍니다. 사진 정말 예쁜데 이 순간에 내가 했던 사소한 행동, 말, 그리고 아기의 표정에 대한 기억이 없고 사진만 남게 되는 거예요. 정말 귀한 순간들을 다 놓치고 지나간 거죠. 남아있는 건 사진뿐.
아이가 엄마라고 말했을 때, 혹은 스스로 서게 된 날 등 여러 일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찍고 인증샷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아이랑 그 순간에 눈을 맞추면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오늘 몇 월, 며칠인데 엄마 너무 기뻐.’ 이러한 의미 있는 순간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남의 눈에 보이는 삶을 살다 보면 진정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못하고 살 때가 있거든요. 그런 순간을 놓칠 때도 많고요.
5. 희생이 자랑인 엄마
이거는 좀 생각을 안 해보셨을 것 같아요. 희생을 자랑으로 삼는 엄마들이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6개월째 미용실을 못 갔다. 친구들을 만나서 놀지도 못했다. 또 아이를 낳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렇게 나의 희생이 엄마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희생한다는 것을 보이면서 남들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게 됩니다. 이런 엄마들 또한 가짜 자존감 빠져있는 엄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희생에 대한 부분은 조금 생각하기 어려우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개차반 남편이라고 표현할게요. “힘든 남편인데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혼하지 않고 이 가정을 지켜왔어.”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엄마한테 감사하고 고마워할까요? 뭐 그런 면도 있긴 하겠죠.
하지만 더 큰 감정은 죄책감이죠. ‘우리 엄마의 희생으로 내가 이만큼 자라왔어.’ 그러면서 갚지 않아도 될 죄책감을 느끼고 거기에 인생에 얽매여서 세상을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됩니다. 이 엄마는 본인의 행복과 자식의 행복보다는 ‘남들 눈에 그럴싸한 가정을 지켜 주는 것이 진정한 나의 의무이자 내가 참 잘한 행동이다.’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이 또한 가짜 자존감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짜 자존감이 위험한 이유 5가지
하루하루 바쁘게 살기 때문에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소진되죠. 처음엔 육체적으로 소진이 되어 힘든 거죠. 그냥 뭐 할 때만 힘들고 육체적인 소진은 금방 또 회복은 돼요. 쉬면 회복이 돼요. 문제는 정신적인 소진입니다.

1단계 : 번아웃
내가 정신적인 소진이 됐다는 것을 잘 모르고 살아요. 쉽게 알 수 있는 게 힘들면 짜증이 나잖아요. 짜증 안 낼 것, 짜증 나죠. 그리고 별거 아닌 것도 되게 부정적으로 해석이 되고 또 뭔가를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상태가 돼요. “몰라, 그냥. 아, 나도 왜? 또는 귀찮게 아니야.” 이러면서 정신적인 소진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것이 삶이려니 하고 그냥 사는 거죠. 내가 소진돼서 힘든 상황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 이게 바로 첫 단계이고요.
2단계 : 공허감
두 번째는 "참 열심히 사는데, 공허감을 느껴요." 이렇게 고백하실 엄마들이 많을 거예요. 뭔가 열심히 사는데 가슴이 허한 거죠. 오늘 하루가 의미 있게 지나갔다는 느낌이나 마음이 충만하다는 느낌이 없게 됩니다. 무엇을 위해서,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냥 열심히 살아요. 그런데 공허한 거죠. 남는 게 없고, 누가 나를 열심히 생각해 주는 것 같지도 않은 거죠.
다람쥐가 통을 열심히 돌리는데 왜 돌리는지 모르는 거예요. 다이어트를 위해서 통을 돌릴 수도 있고, 다른 제가 돌리는 통에 전기랑 연결이 돼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런 의미가 있으면 다람쥐도 열심히 통을 돌리지 않겠습니까? 그냥 돌리라니까 돌리고 있는 거죠. 그래서 돌리는데 어느 순간 젊은 친구들 말로 ‘현타 온다’라고 하잖아요. ‘내가 이걸 왜 돌리고 있지?’라는 인생의 공허함으로 연결이 되는 이런 물음표를 스스로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3단계 : 정체성 상실
그러다 보면 정체성 상실로 이어집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런 분들 외래에서 많이 만나요. 첫 진료 볼 때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의 성격은 어떠십니까?” 이게 되게 어려운 질문 아니잖아요. 제가 무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이슈 물어본 거 아니고 어려운 거 아닌데 대답을 못 하세요. 이 간단한 질문에나마 MBTI 유형으로 말씀해 주시는 분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 정신을 조금 있는 분이시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은 “잘 모르겠어요.” 하세요. 그냥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 친구하고 잘 지낸다, 남들 하고 두루두루 잘 지낸다. 이거 성격 아니거든요. 근데 대인관계 패턴일 뿐이에요. 성격은 좀 더 디테일해야죠.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중요하고, 뭐 어떤 것 또한 그 디테일한 것을 갖고 있고, 또 덧붙여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고…. 뭐 이런 거를 모르세요.
“나에 대해서 A4용지 한 장으로 써보실래요?” 할 때 이거 못하는 분들 대부분일 것 같아요. 단지 종이 한 장일 뿐인데 나에 대해서 모르세요. 좋아하는 거 몰라, 앞으로 어떻게 사는 거 몰라, 삶의 의미와 목적 몰라. 그냥 그냥 사는 분들 참 많으십니다.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모르는 삶을 사시는 거죠.

4단계 : 관계 단절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관계가 없어지게 돼요. 그냥 겉으로 친한 척하는 학교 친구 엄마는 있을 수 있죠. 그리고 SNS에 알지 못하는 인터넷 친구는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나를 봐주고 진정 나를 걱정해 주는 관계가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학부모 중에 아이가 운동하는 분들이 있어요. 야구를 하거나 축구를 하거나. 그래서 제가 여쭤보거든요. “다른 학부모들하고 사이는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면 묘한 경쟁을 하는데,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오픈하지는 않고, 상대방 아이가 잘하면 겉으로 축하하지만 진정으로 축하는 안 되고, 내 아이에 관한 생각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그런 묘한 관계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 계시거든요.
이런 겉핥기식 관계를 ‘공갈빵 같은 관계’라고 저는 표현을 하는데요. 이런 관계에만 내 주변에 있게 되면 점점 외로워지겠죠.
5단계 : 대물림
가장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 대물림이에요. 이런 가짜 자존감으로 인한 엄마의 불안과 타인의 시선에 과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애도 똑같이 보고 배운다는 거죠.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좀 잘못 그렸어요. 아이가 그림을 잘못 그려봤자 얼마나 잘못 그렸겠습니까. 그거를 팍팍 찢더니 처음부터 다시 그린다고 하는 거예요. 엄마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죠.
또 아이가 유치원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아이들이 춤도 추고 재밌게 노는데 거기서 가만히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가만히 있나 봤더니 “나는 춤을 못 추기 때문에 안 출래.”라고 한 거예요. 완벽하게 못 하느니 차라리 안 해버리겠어! 의 생각인 거죠. 엄마가 갖고 있는 성향이 아이한테도 전달이 되는 거죠.
이렇게 엄마의 낮은 자존감이 아이의 낮은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속상하고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불안정 애착의 전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엄마가 늘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으면 아이 또한 늘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는 그러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됩니다.
엄마의 자존감 회복 6단계
딱 핵심은 이거예요. 비교를 멈추고 나 자신을 찾아가는 거예요.

1. SNS 줄이거나 끊기
첫 번째로는 SNS를 줄이거나 좀 끊으세요. SNS가 비교와 경쟁에 있어 만악의 근원인 것 같아요.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 SNS와 우울증과의 상관관계가 검증이 된 논문들이 있고요. 많이 할수록 우울하고 불안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처음에 SNS를 안 하면 불안하실 거예요. 중독이 된 상태인 분들이 많으셔서. 그 시간이 지나면 정말 자유로워질 겁니다.
2. 나만의 기준 잡기
두 번째는 나만의 기준을 잡으셔야 해요. “좋은 엄마는 애를 명문대에 보내는 엄마야?”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엄마, 아이의 감정을 살펴준 엄마. 나만의 기준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이런 나만의 기준을 잡으시는 게 중요합니다.
3. 엄마이기 이전의 나를 기억하기
세 번째는 엄마이기 이전에 나를 기억하세요. 엄마라는 정체성만으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건 아니에요. 직장인일 수도 있고요. 또 친정에서는 부모님의 딸이기도 하고, 친구 관계에서는 좋은 친구도 있고, 여러 가지 정체성을 잘 운용하고 살아야 하거든요.
또 엄마의 이전에 진정한 나. 내가 뭘 좋아했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고 살았는지 등을 고민해 보면서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 작은 행복 만들기
네 번째는 작은 행복을 만드세요. 별거 아니에요. 하루 10분,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차를 돌아가며 마신다든가. 매주 목요일 저녁 두 시간은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든 책을 읽든 내가 알아서 하겠다. 멍때려도 괜찮다. 그것은 나만의 고유한 시간이다. 그 시간만큼만 엄마가 아닌 나라고 선언하는 거죠.
5.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다섯 번째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에요. 실수하고 실패합니다. 엄마도 실수합니다.
잘못했다고 아이한테 진정으로 사과하면 되고요. 괜찮습니다. 화내도 괜찮고, 짜증에도 괜찮고. 나의 잘못을 알고 또 고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거지 않겠습니까?
6. 아이는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존재
마지막으로 아이를 내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존재로 인정합시다.
많은 엄마가 아이의 성공이 내 성공이라 느끼고, 혹은 아이의 실패가 내 실패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를 나와 독립된 존재라고 보지 못하는 거죠. 아이를 통해서 뭘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에 어떤 엄마는 그 아이랑 분리가 안 된 거예요. 아이가 상을 타면 자랑스럽고,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나 자신이 실패한 거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근데 어느 순간에 아이가 독립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아이의 성공이 내 성공은 아닌 것으로 인식합니다. 물론 기쁘긴 하죠. 그렇다고 아이의 실패가 나의 실패는 아닌 거예요.
내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어떻게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고 아이가 힘든 시기를 이겨나갈 수 있게 뭘 해줘야 하나라는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거죠. 바로 이렇게 우리는 아이와 나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