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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흐름 속에서 칼 로저스의 이름은 언제나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거론된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무의식을 탐색하며 보이지 않는 어둠을 주목했다면, 스키너가 행동이라는 외적 사실을 법칙화하려 했던 것과 달리, 로저스는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경험하는가”라는 주관적 장(場)에 시선을 두었다. 그가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은 철학에서 말하는 현상학의 사유와 깊이 맞닿아 있다.

현상학이란, 사물이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의식 속에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탐구하는 철학적 태도다. 동일한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사람마다 전혀 다른 빛깔로 드러나며, 그 드러남 자체가 곧 진실한 경험이 된다. 로저스는 바로 이 지점을 받아들였다. 그는 인간을 객관적 척도로 재단하려 하지 않았고, 각자가 지니는 현상학적 장(phenomenal field), 곧 자기 경험의 세계 속에서 이해하려 했다.

그의 상담이론에서 핵심이 되는 “자기(self)” 역시 그러하다. 인간은 객관적 현실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지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진정한 변화란 외부에서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새롭게 의미화하는 과정 속에서 가능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는 로저스의 성격이론을 “현상학적 이론”이라 부른다. 그것은 인간을 사실과 데이터의 집합으로 환원하지 않고, 주관적 경험의 고유한 진실성 속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로저스의 사상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세계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삶 또한 존중해야 할 고유한 현상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