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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

001.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덕을 베풀고 사는 사람은
한 때 외롭고 쓸쓸할 뿐이지만,
힘과 재물에만 의지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영원히 불쌍하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눈앞에 나타난 사물 밖의 사물을 관찰하여
힘이나 재물이외의 진리를 생각하고
이 몸 뒤에 다시 태어나 받을 몸에 대해 생각하나니,
차라리 한 때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지언정
영원히 불쌍해짐을 취하지 않는다.

002.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마치 거친 물결을 건너가는 것과 같다.
세상살이의 경험이 얕으면 세상에 때묻는 것 또한 적고,
세상살이의 경험이 많으면 교묘한 수단으로 속이는 것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인생을 능숙하게 살기보다 정직하고 순박하게 살아가며,
치밀하고 약삭빠르게 살기보다는 어리석고 소탈하게 살아간다.

003.

참된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꾸밈이나 거짓이 없어서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처럼
누가 보더라도 그 마음을 곧 알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재주나 지혜는 구슬이 바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쉽사리 알게 하지 않는다.

004.    

이익과 세력 그리고 사치와 부귀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청렴결백하다고 하지만
이것을 가까이하고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청렴결백한 사람이고  
잔재주와 교묘한 방법으로 남을 중상모략하지 않는 사람을 고상하다고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다.

005.

공자가어(공자가어)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진심어린 충고의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이롭다.” 하였듯이
귀에는 항상 거슬리는 말이 들리고
마음속에서는 항상 마음에 어긋나는 일만 일어난다면,
이것이야말로 덕과 행실을 갈고 닦는 숫돌이 될 것이며,
만약 들리는 말마다 귀에 즐겁고 하는 일마다 마음을 흡족하기만 하다면
이야말로 자기 몸을 매어 그 그림자만 지나간 음식을 먹어도 사람이 죽는다는
짐새의 독 속에 자신을 파묻는 일이 될 것이다.

006.

거센 바람과 성난 비에는 새들도 조심하고,
갠 날씨와 따뜻한 바람에는 풀과 나무도 기뻐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도
따뜻한 기운이 없다면 하루도 존재하지 못함을 알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007.    

잘 익은 술,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이 참 맛이 아니다.
참 맛은 다만 담담할 뿐이다.
신기한 재주를 부리고 별다른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008.    

하늘과 땅은 고요하지만 그 활동을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고 있지만
그 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한가로운 때에 다급함을 대비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쁜 때에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자신의 뜻을 되돌아본다.

009.    

밤이 깊어 사람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허망한 생각이 흩어지고 참된 마음이 나타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언제나 이런 가운데서 큰 진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참된 마음이 나타났음을 느끼면서도
허망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참된 부끄러움을 느껴 얻게 되는 것이다.

010.

은혜를 받고있는 그 속에서 재앙이 싹트는 것이니
그러므로 만족스러울 때에는 주위를 되돌아 보라.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이 따르는 수도 있는 것이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손을 놓지 말라.


011.    

명아주와 비름나물과 같은 들풀로 입을 달래고 창자를 채우는 가난 속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얼음처럼 맑고 옥구슬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부귀를 탐내어 비단옷을 입고 기름진 고기를 먹는 사람 중에는 남에게 굽실거리며 종노릇하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은 청렴결백하여야 지조(지조)가 깃들어 밝아지고, 부귀를 탐내면 절개(절개)를 잃게 된다.

012.

살아 있을 때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여 불평을 듣지 않도록 하며, 죽은 뒤에는 은혜가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013.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남을 먼저 지나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지말고 일부를 덜어서 남들과 나누어 먹어라.
이런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014.

사람이 뛰어나게 위대한 일을 한 것은 없을지라도
속된 욕정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이름이 헛되지 않을 것이요,
학문을 하는 사람이 비록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할지라도
물욕을 마음속에서 물리치기만 한다면
이것으로 능히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015.

친구를 사귈 때에는 서로 넉넉히 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사람을 부릴 때에는 반드시 한 점의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016.

혜택과 이익을 보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것은
다른 사람에 뒤떨어지지 말라.
남에게 받는 보수는 자신의 분수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을 다스려 스스로 몸을 닦는 일은 자신의 분수에 넘치도록 행하라.

017.

세상살이에서는 한 걸음 양보할 줄 아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니,
그것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곧 스스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는 엄격함보다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는 것이니,
그것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018.

온 세상에 알려질 만큼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그 일을 자랑한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며,
하늘에 가득 찰 만큼 큰 죄를 지었더라도
진심으로 깊이 뉘우친다면 그 죄는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019.

이름을 좋게 알리고 착한 일을 할 때에는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라.
조금은 남에게 나누어주어야 해를 멀리하여 몸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실과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조금은 끌어다 나의 책임으로 돌려야 지혜를 안으로 간직하고 덕을 기를 수 있으리라.

020.

모든 일에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갖고 여지를 남겨 둔다면
하느님도 나를 버리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일마다 반드시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공들임마다 다 채워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안으로 변고가 생기지 않으면 밖으로 근심을 불러들이게 되리라.

021.

우리네 집에도 참다운 한 부처님이 계시고
일상생활 속에도 하나의 참된 도(도)가 있다.
사람이 정성스러운 마음씨를 가지고
따스한 기운으로 즐거운 얼굴표정을 지니며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와 형제가 한 몸과 같이 되게 하고
뜻을 서로 통하게 한다면,
부처님 앞에서 숨을 고르게 쉬고 마음을 가다듬어
도를 닦는 것보다 몇 배나 나을 것이다.

022.

부산하게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등불과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타고남은 재나 마른 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멈추어 있는 구름이나 고요한 물 같은 마음 속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 같은 기상이 품어야 하니,
이것이 곧 도를 아는 사람의 마음이다.

023.

남이 잘못한 것을 다스릴 때에도 너무 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그것을 받아서 견뎌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착함으로써 사람을 가르치되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 되니,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어
그 사람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024.

굼벵이는 더럽기 짝이 없지만
변하여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개똥벌레를 키워 여름 달밤에 빛을 내게 한다.
그러므로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은 것은 어둠으로부터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25.

잘난 체 뽐내는 것과 교만한 것은 모두 쓸데없는 기운인 것이니,
이런 기운들을 굴복시켜 물리친 뒤에야 참다운 기운이 자라날 것이다.
욕망에 뿌리를 둔 모든 것은 모두 망령된 마음에 속한다.
이런 망령된 마음을 모두 소멸시켜 없앤 뒤에야 참다운 마음이 나타나는 것이다.

026.

배부른 뒤에 음식 맛을 생각하면 맛이 있고 없음의 구분이 모두 사라지고,
남녀가 관계한 뒤에 지나간 욕정을 생각하면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모두 없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언제나 일이 끝난 뒤에 느끼는 후회로써
일을 시작할 때의 어리석음을 깨트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본래 성품이 자리잡혀 행동을 그르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027.

높은 자리에 올라 있을 지라도
자연을 벗삼아 유유히 살아가는 성품을 가져야 하며,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나라를 다스리고 큰 일을 할 수 있는 뜻을 품고 살아야 한다.

028.

세상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성공만 따르기를 바라지 말라.
일을 그르치지 않고 허물없이 살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다.
남에게 베풀 때 상대방이 그 은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말라.
상대방이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그것이 바로 은덕인 것이다.

029.

걱정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아름다운 덕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수고로우면 마음을 즐겁게 하여 본래의 성품으로 살아 갈 수 없다.
청렴하고 결백한 것이 높은 기개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깨끗하면 사람을 돕거나 일을 이루기 어렵다.

030.

일이 뜻대로 안되어 막히고 잘 안 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첫 마음을 되돌아보아야 하고,
일이 뜻대로 잘되어 성공한 사람은
마땅히 그 마지막에 자신이 서 있을 길을 살펴야 한다.

031.    

부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럽고 후해야 하는데,
도리어 남을 시기하고 각박하다면
이것은 부귀하면서도 그 행실을 가난하고 천박하게 하는 것이니
어찌 능히 그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숨기고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드러내어 자랑한다면
이것은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병폐에 빠져 있음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032.    

낮은 곳에 살아 본 후에야
높은 데 올라가는 것이 위태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있어 본 후에야 밝은 빛이 눈부신 줄 알게 된다.
조용한 생활을 해 본 후에야
분주하게 움직이기 좋아함이 지나치게 수고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배운 후에야 말 많은 것이 시끄러운 줄 알게 된다.

033.    

부귀와 공명에 얽매인 마음을 다 털어 버려야
비로소 평범하고 속된 것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에 얽매인 마음을 다 벗어 버려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034.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욕심이 다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독단적인 생각이 바로 마음을 해치는 해충이고,
애욕이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총명하다고 보는 생각이 바로 도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는 것이다.

035.    

사람의 정은 쉽게 변하고 세상살이는 험난하다.
그러므로 나아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모름지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곳에서는 적절히 양보하는 공덕을 길러야 한다.

036.    

소인배는 엄하게 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미워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참된 분을 모실 때에는 공손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공손이 지나쳐 비굴해지지 않도록 예절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037.    

차라리 소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물리쳐
약간의 바른 기운을 남겨 천지에 돌려주고,
차라리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담함을 달게 여겨
하나의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도록 하라.

038.

악마를 항복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의 마음을 다스려라.
자신의 마음이 잘 다스려지면 모든 악마들이 스스로 물러갈 것이다.
남의 횡포를 누르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혈기를 다스려라.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평화로워지면 외부로부터 횡포가 침입하지 못할 것이다.

039.    

자녀를 가르치는 것은 마치 규중의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으니
무엇보다도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를 조심해서 사귀게 하여야 한다.
만일 한 번 나쁜 사람과 어울리게 되면,
이것은 마치 깨끗한 밭에 잡초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아서
한평생 좋은 곡식을 심기가 어려울 것이다.

040.    

정욕에 관계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을지라도 결코 손끝에 물들이지 말라.
한번 손끝에 물들이게 되면 곧 만 길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이다.
바른 길에 관한 일은 비록 어렵더라도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일단 한 걸음 물러서게 되면 천 개의 산이 앞을 가로막은 듯 멀어지게 될 것이다.  

041.    

마음이 두터운 사람은
자기와 남에게 모두 후하기만 하여 모든 일마다 두텁기만 하고,
마음이 담백한 사람은 자기와 남에게 모두 싱겁기만 하여 담백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일상생활의 좋아함과 싫어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무르거나
적적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042.    

다른 사람이 부유함을 내세울 때 나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고,
다른 사람이 지위를 내 세울 때 나에게는 의로움이 있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일지라도 농락을 당하지 않는다.
사람이 머무를 곳을 안다면 하늘도 그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사람이 뜻을 하나로 모은다면 타고난 기질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하느님이 정해 준 틀 속에 갇히지 않는다.

043.    

세상사람들보다 한 걸음 높은 곳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탕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겠는가.
세상살이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뒤쳐져서 살아가지 않는다면
불나방이 촛불에 날아들고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다가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 것과 같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044.    

학문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만일 덕을 닦으면서도
마음이 일의 성공이나 이름 드러내는 것에만 있다면
틀림없이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며,
책을 읽으면서도 읊조리는 맛이나 풍류에만 감흥을 느낀다면
결코 깊은 마음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045.    

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니
깨달은 사람과 중생이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모두 저마다의 참된 맛과 향기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서로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이고 욕정에 가리워 한 번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046.    

덕을 기르고 도를 닦으려면 목석과 같은 굳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일 부귀를 탐내어 부러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문득 욕망의 세계로 내닫게 될 것이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나라를 다스릴 때는
구름이 지나가고 물이 흘러가는 것같이 무심하고 담담한 취미를 지녀야만 한다.
만일 권력이나 명예를 탐내어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면
이내 위험한 지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047.    

좋은 사람은 일상적인 행동이 안락하고 자상하여서
잠잘 때 정신까지도 온화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악한 사람은 하는 일마다 사납고 비뚤어져서
그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살벌한 기운이 섞여 나온다.

048.    

간이 병들면 눈이 보이지 않고 콩팥이 병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임을 먼저 안다.

049.    

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화(화)는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화가 없다.
그러므로 오직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일이 적은 것이 복됨을 알고,
마음이 평안한 사람이라야 마음 쓸 일이 많은 것이 화임을 알게 된다.

050.    

태평한 세상에 살 때는 마땅히 떳떳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는 마땅히 원만해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는
마땅히 떳떳하면서도 원만하여 적절하게 처신해야 한다.
선량하고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너그러워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엄격해야 하며,
평범한 보통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너그러움과 엄격함을 함께 지녀 적절하게 대해야 한다.

051.  

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내가 남에게 잘못한 것은 마음에 새겨 두라.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지 말고,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 버려라.

052.
    
은혜를 베푼 사람이
안으로 자기 자신에게도 나타내지 않고 밖으로 남에게도 나타내지 않는다면
곡식 한 알이 뿌려져서 온 들판을 덮은 것과 같고,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자기의 은혜 베푼 것을 계산하고 남에게 보답을 강요한다면
비록 수십 억의 재물을 베풀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한 푼의 공로도 없는 것이다.

053.

사람들의 형편을 보면 많이 가진 이도 있고 못 가진 이도 있는데,
어찌 나만 홀로 다 가지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자기의 마음을 보더라도 도리에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어찌 모든 사람이 다 도리에 맞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자신과 남을 견주어 가면서 자신을 다스려 나간다면
이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편리한 방편이 될 것이다.

054.    

마음 바탕을 깨끗이 한 다음에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아도
이것을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할 것이고,
한 마디 좋은 말을 들어도
이것을 빌어 자기의 잘못된 점을 덮는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바로 강도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것과 같다.

055.   

사치스러운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모자라니,
어찌 검소한 사람이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일에 능숙한 사람이 애써 일하고서도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래 성품을 지키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056.    

책을 읽어도 그 속에서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그는 글이나 베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관복을 입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을 가르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구두선(구두선)이 될 것이고,
사업을 하면서도 덕을 베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한때 눈앞에 피었다가 지는 꽃이 되고 말 것이다.
   
057.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하나의 참된 문장 즉 이성(이성)이 있으나
모두 옛사람들의 부스러기 글 때문에 갇혀 있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한 가닥의 참된 음악 즉 감성(감성)이 있으나
모두 요사스런 노래와 요염한 춤 때문에 묻혀있다.
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외부의 낡은 지식과 요염한 노래와 춤들을 쓸어내 버리고
묻혀있는 자기본래의 마음을 찾아야만 비로소 참된 보람을 얻게 될 것이다.
     
058.    

힘들 때 오히려 마음을 기쁘게 하는 뜻을 얻고,
일을 이룬 때에 문득 실의의 슬픔이 생겨난다.  

059.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이면
마치 숲 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무럭무럭 잘 자라나 번성하고,
스스로가 공을 들여 이룬 그 대가로 온 것이라면
화분이나 화단 속에서 자란 꽃과 같아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뽑히거나 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만일 권력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라면
마치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므로,
그 시들어 가는 것을  기다려 지켜 볼 수 있을 것이다.

060.    

봄이 와서 계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들도 몇 마디 고운 소리로 지저귄다.
공부하는 사람이 다행히 세상에 알려져서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로 뜻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 년을 살지라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다.
 
061.

학문하는 사람은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삼가는 마음가짐을 가지되
한편으로는 서글서글하게 시원스러운 멋도 지녀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결백하기만 하다면,
쌀쌀한 가을의 살기만 있고 따스한 봄의 생기가 없는 것과 같으니
무엇으로 만물을 자라게 할 수 있겠는가.

062.

참으로 청렴한 것은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다.
그러므로 청렴하다는 명성을 얻고자 함은 그 마음이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큰 재주에는 교묘한 술책이 없다.
그러므로 잔재주를 부리려는 사람은 그 재주가 서툴기 때문이다.

063.    

옛 군주가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가득 차면 엎어지는 그릇처럼 가득 차면 엎어지지 않기 위해,
또 차면 깨트리는 저금통이 비어 있을 때는 온전하듯이,
참된 사람은 욕심을 부려 가득한 상태에 있기보다
욕심을 없애고 부족한 상태에 머무르려고 한다.

064.    

이름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완전히 뿌리뽑지 못한 사람이
비록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의 마실 물을 달게 여길지라도
사실은 세속의 욕망에 물들어 있는 것이요,
쓸데없는 기운을 아직 다스리지 못한 사람은
비록 세상에 은덕을 베풀고 후대에 이익을 줄지라도
이것은 단지 자신의 야심을 위한 부질없는 재주에 그칠 뿐이다.

065.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마음속 생각이 어두우면 밝은 햇빛 아래에서도 악마가 나타난다.

066.    

세상사람들은 출세하여
높은 이름과 지위를 얻어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인 줄만 알고,
이름도 없고 지위가 없지만 홀가분하게 사는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또 사람들은 춥고 배고픈 것만이 근심인 줄 알고,
배고프지는 않지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하는 걱정이 얼마나 심한 근심인지는 알지 못한다.

067.

악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까 두려워하면
악한 중에도 오히려 착해지는 길이 있고,
착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아주기를 안달한다면
착함 속에 곧 악의 뿌리가 있으리라.
     
068.

하늘이 하는 일은 헤아릴 수가 없어,
억눌렀다가 펴기도 하고 폈다가는 억누르기도 하니
이 모든 것이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실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된 사람은 운명이 어긋나게 와도 다만 바른 이치로 맞이하며,
편안하게 살 때에 위험을 생각하니
하늘의 재주로도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069.

성급하고 괴팍한 사람은
타오르는 불길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태워버리고,
인색하고 자기만 위하는 사람은 찬 얼음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닥치는 대로 얼어죽게 만들며,
꽉 막혀 마음이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고여있는 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명력이 단절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런 결점을 가진 사람들이
뜻 있는 일을 하고 보람차게 살아 갈 복을 누리기는 어렵다.

070.

복은 구한다고 마음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니
즐거운 마음을 길러 행복을 불러들이는 근본으로 삼아야 하고,
재앙은 마음대로 피하지 못하는 것이니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려 재앙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삼아야 한다.

071.    

열 마디 말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아도 신기하다고 칭찬하지 않으면서,
한 마디 말이 어긋나면 탓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열 가지 계획 가운데 아홉 가지가 성취되어도 공로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한 가지 계획만 실패해도 헐뜯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고,
차라리 서툰 척할지언정 재주를 부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072.    

하늘과 땅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을 자라게 하고 차가우면 죽게 한다.
그러므로 성품과  기질이 맑고 차가운 사람은 복을 받아 누림도 또한 차고 박하다.
오직 온화한 기질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그 복도 또한 두텁고 받고 누리는 것도 오래간다.

073.    

하늘의 이치에 따르는 길은 한없이 넓어,
조금이라도 여기에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넓어지고
또한 즐거워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에 따르는 길은 매우 좁아서,
여기에 조금만 발을 들여놓아도
눈앞이 모두 가시덤불 숲과 진흙탕으로 되어 버린다.
 
074.    

하나의 괴로움과 하나의 즐거움을
모두 겪은 후 이룬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오래 가고,
하나의 의심과 하나의 믿음을 서로 섞고 헤아린 후에
이룬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진실하다.

075.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비워 두어야 한다.
잡념없이 마음이 비어 있어야 정의와 진리가 와서 산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채워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이 정의와 진리로 꽉 차 있으면 욕심이 들어오지 못한다.
 
076.

더러운 땅에는 많은 생물이 많이 자라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마땅히 때묻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러운 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며,
너무 깨끗한 것만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 된다.

077.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부릴 수 있고,
녹여 붓기 어려운 쇠도 잘 다루면 마침내 틀 속에 부어져 그릇이 된다.
그러므로 늘 우유부단하여 분발하지 않는다면 평생토록 아무런 발전도 없을 것이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에게 병이 많은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평생동안 아무런 병이 없는 것이 나의 근심걱정이다."라고 한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정신적으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부끄럽다는 말이니 진실로 옳은 말이다.

078.

사람이 한번 사사로운 이익을 탐내는 마음을 가지게되면
꿋꿋한 기상도 꺾여 나약해지고, 지혜는 막혀 어두워지며,
어진 마음이 변하여 사나워지고, 깨끗한 마음이 물들어 더러워져서
한평생 닦고 기른 인품을 망가뜨리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았으니
이것이 곧 세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다.

079.

귀와 눈으로 듣고 보는 것은 외부의 도둑이고
정욕(정욕)과 물욕(물욕)은 내부의 도둑이다.
다만 주인인 본심(본심)이 정신을 차리고 맑게 깨어 있어
흐려지지 않고 집의 안채에 홀로 앉아 있으면,
도둑들이 문득 변하여 집안 사람이 될 것이다.


080.

새로운 공부를 시도하는 것은
이미 이룬 학업을 지키는 것만 못하고,
이미 지나간 허물을 후회하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잘못을 막는 것만 못하다.

081.    

사람의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세상일에 어두워 행동이 거칠어서는 안 되고,
마음은 치밀해야 하지만 자질구레하고 좀스러워서는 안 되며,
취미는 담백해야 하지만 치우쳐 너무 메말라서는 안 되고,
지조를 지킬 때는 엄정하고 밝아야 하지만
너무 과격해서 융통성이 없어서는 안 된다.

082.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위로 날아 지나가도
기러기가 날아가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겨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일이 시작되면 비로소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끝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083.    

청렴결백하면서도 아량이 넓고,
어질고 인자하면서도 결단력이 강하며,
총명하면서도 남의 결점을 잘 들추어내지 않고,
정직하면서도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른바 꿀을 넣은 음식이면서도 달지 않고
해산물이면서도 짜지 않은 것과 같으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덕이다.

084.

가난한 집일지라도 깨끗하게 방을 쓸고,
가난한 여인일지라도 깨끗하게 머리를 빗으면
그 모습이 비록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다 하더라도
풍기는 기품은 우아할 것이다.
그러므로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한 번 곤궁함과 쓸쓸함을 당하였다고 해서
어찌 문득 스스로 포기하고 해이해질 수 있으랴.

085.

한가할 때에도 세월을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에 쓸모가 있고,
고요할 때에도 마음을 공허한 곳에 두지 않으면 움직일 때에 쓸모가 있으며,
어둠 속에서도 숨기지 않으면 밝은 곳에서 쓸모가 있게 된다.

086.

생각이 일어난 때에
그것이 조금이라도 욕망의 길로 향해 가는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
곧 도리에 맞는 길로 따라오게 인도하라.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곧 깨닫고 깨닫자마자 바로 마음을 돌린다면,
이것이 바로 재앙을 행복으로 만들고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참으로 쉽게 흘려듣고 버려서는 안될 말이다.

087.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참된 본 모습을 볼 수 있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된 기틀을 알 수 있으며,
담담한 가운데 취미가 깨끗하고 안정되어 있으면 마음의 참된 맛을 볼 수 있으니,
마음을 관찰하고 도를 터득하는 데는 이 세 가지 만한 것이 없다.

088.

고요한 가운데 고요함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다.
움직이는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늘이 준 참다운 경지를 아는 것이다.
즐거운 곳에서의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가운데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곧 마음의 참다운 기운을 보았다고 할 것이다.

089.

자기를 바쳐 일하기로 한 곳에는 그 의심을 두지 말라.
의심을 두게 되면 자신을 바친 마음에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남에게 베풀었으면 그 보답을 헤아리지 말라.
보답을 헤아리게 되면 베풀어 준 마음까지 함께 그르치게 된다.

090.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터이 하여 이를 맞이할 것이며,
하늘이 내 몸을 수고스럽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이를 보충할 것이며,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깨우쳐 이를 통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하겠는가.

091.    

지조가 곧은 선비는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하늘이 오히려 그 마음을 찾아가 복의 문을 열어주고,
간사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하늘이 오히려 그 피하려는 마음에 재앙을 내려 그의 넋을 빼앗는다.
보라, 이 하늘의 권능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그러니 사람의 지혜와 잔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092.    

비록 기생일지라도 늘그막에 지아비만을 따른다면
한평생의 분 냄새가 허물이 될 것이 없고,
비록 열녀일지라도 머리가 센 뒤에 정조를 잃는다면
반평생의 수절이 모두 허사가 된다.
그러므로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에는 다만 그 생의 후반을 보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다.

093.    

평범한 사람이라도
즐겨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곧 도가 높은 사람이 되고,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도 헛되이 권력을 탐하고 부귀영화를 구걸한다면
마침내 공부하는 거지가 될 것이다.

094.  

조상의 은덕이란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누리고 있는 바로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기 어려움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손들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지금 내가 몸으로 행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니,
마땅히 나의 행동이 기울어지고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는가를 늘 살펴야 할 것이다.

095.  

참된 사람이 거짓으로 착함을 위장한다면
소인배들이 마음대로 악한 일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참된 사람이 한 번 먹은 마음을 바꾼다면
소인배들이 스스로 새로워짐만도 못하다.

096.

집안 식구가 잘못을 저지르면
지나치게 화를 내지도 말고 가볍게 여겨 내버려두지도 말라.
직접 그 일을 말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을 빌어서 비유로 은근히 깨우쳐 주어야 하고,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서둘지 말고 기회를 봐서 다시 깨우쳐 주되,
마치 봄바람이 얼어붙은 것을 녹이듯 하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 은연중에 스스로 잘못을 깨달아 고치도록 하라.
이것이 가정을 다스리는 법도이다.

097.    

내 마음을 살펴서 항상 원만함을 얻을 수 있다면
세상은 저절로 아무런 흠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고,
내 마음이 언제나 너그럽고 평화롭다면
세상사람들에게서 저절로 사나운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098.

청렴하고 검소한 사람은
반드시 호화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위선자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엄격한 사람은 방종한 사람들에게서
융통성이 없다고 미움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이에 처하여서
자신의 소신과 지조를 조금이라도 바꾸지 말아야 하며,
또 자신의 주장을 너무 드러내지도 말아야 한다.

099.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는 내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하여 약이 되고
침(침)이 되어 나의 행실과 의지를 북돋우며
인격을 기르게 하지만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일이 순조로울 때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안일과 사치와 방탕등 무서운 칼날이 되어
기름을 녹이고 뼈를 깎아 몸을 파멸시키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

100.    

부귀한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의 욕심은
사납게 타오르는 불과 같고 권력욕은 세찬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운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는데 이르지는 않더라도
장차 반드시 자기를 태워 버리게 될 것이다.

101.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진실하면
천지신명을 감동시켜 능히 서리가 내리게 할 수도 있고,
성벽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쇠나 돌도 뚫을 수 있다.
그러나 거짓이 많은 사람은 형체만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을 뿐
본체는 이미 찾아볼 수 없으니,
남을 대하면 그 얼굴이 얄밉고 홀로 있으면
자기 몸과 그림자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102.

글 쓰기가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기이함이 보이지 않고 다만 알맞을 뿐이요,
사람의 품성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남과 다르지 않고 다만 본래의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103.    

이 현상 세계는 꿈같으니
부귀와 명성은 물론 내 몸조차 잠시 빌어 가진 것에 지나지 않고,
참된 실재 세계로 본다면
부모와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만물이 모두 다 나와 한 몸이다.
그러므로 보이는 일체만물이 모두 헛된 형체임을 깨닫고
만물이 나와 한 몸인 것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능히 이 세상에서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세상이라는 욕망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104.

입에 맞는 음식은 모두 창자를 곯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독약이니 적당히 먹어야 뒷 탈이 없고,
마음에 즐거운 모든 일은 모두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개물이니 적당한 때에 그쳐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105.

남의 작은 허물은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은 들추어내지 말며,
남의 지난 날 잘못을 생각하지 말라.
이 세 가지가 덕을 기르고 해로움을 멀리하게 해줄 것이다.

106.

공부하는 참된 사람은 몸가짐을 너무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
몸가짐이 가벼우면 곧 외부의 일들에 집착하게 되고
그것들이 나를 흔들어놓아 여유 있고 침착한 맛이 없어진다.
또 마음을 쓰는 것은 너무 무겁게 하면 안 된다.
마음을 너무 무거워 융통성이 없으면
그것에 얽매여 시원시원하고 활발한 기운이 없어진다.

107.

하늘과 땅은 영원히 있으나 이 몸은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고,
인생은 백년에 불과한데 오늘 하루는 쉬 지나가 버린다.
다행히 그 사이에 태어난 사람인 바에야
삶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해서도 안 되고,
또 헛되이 살아간다는 근심으로만 살아가서도 안 된다.

108.

원망은 덕으로 인해 나타나니 남들이 나를 덕 있다고 여기게 하기보다는
그들이 나의 덕과 원망 모두 다 잊게 하는 것이 나으며,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겨나니 남들이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보다는
그들이 나의 은혜와 원한을 모두 다 모르게 처신함이 나으리라.

109.    

늙어서 생기는 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내 자신이 불우한 때에 생기는 재앙은
모두가 내가 번성할 때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젊었을 때 몸을 조심하고
운수가 좋을 때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더욱 조심한다.
     
110.

개인적인 은혜를 베푸는 것은
여러 사람의 뜻을 따르는 것만 못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은 옛 친구와의 정을 두터이 함만 못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은 숨은 은덕을 심는 것만 못하고,
특이한 행실을 좋아하는 것은
평범한 행동을 하면서도 삼가하는 것만 못하느니라.  

111.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평하고 올바른 남의 의견에 반대하지 말라.
한 번 반대하면 영원히 부끄러움을 남기게 될 것이다.
권세와 사리사욕을 탐내는 곳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
한 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평생 몸을 더럽히게 되리라.

112,

자신의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해주는 것은
몸을 곧게 가져 남의 미움을 받는 것만 못하고,
착한 일을 하지 않고 남의 칭찬을 받는 것은
악한 일을 하지 않고 남의 비난을 받는 것만 못하다.      

113.

부모 형제가 갑자기 변고를 당하면
마땅히 침착하여 감정이 격해져서는 안 되고,
벗의 잘못된 점을 보면 나아가 충고하되 주저해서는 안 된다.

114.

작은 일도 빈틈없이 처리하고, 어둠 속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며,
실패하고서도 낙심하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뛰어난 사람이라 할 것이다.

115.

많은 돈을 쓰고 정성을 다해도 한 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울 수가 있고,
한 끼의 밥을 대접하고서도 평생토록 가는 은혜를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이 무거우면 도리어 미움이 되고,
야박함도  극적이면 때로는 오히려 기쁨이 된다.

116.

교묘한 재주를 서툰 솜씨 속에 감추고,
어둠으로 밝음을 드러내며, 청렴하면서도 혼탁함 속에 머물러 있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을 몸을 다스리는 바탕으로 삼는 것,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안전한 길이요, 몸을 보호하는 안전한 장소이다.      

117.

쇠퇴해 가는 모습은 번성함 속에 있고, 새로 자라는 싹은 시듦 속에 있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편안할 때 마음을 바르게 가져
후환(후환)이 없도록 미리 단속하고,
어려움을 당했을 때는 실망하지 않고 백 번을 참아 성공을 도모한다.

118.

진기한 것을 보고 경탄하고
이상한 것을 기뻐하는 사람은 천박하여 원대한 식견(식견)이 없고,
세상을 등지고 괴로움을 무릅쓰며
외롭게 절개를 지키며 홀로 행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지조가 없다.

119.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욕망의 물결이 끓어오르는 때에,
분명히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또 분명히 이런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있으니,
이것을 아는 것은 누구이며 이것을 누르려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양심이니, 이러한 때에 홀연히 생각을 돌릴 수만 있다면
사악한 악마도 곧 변하여 문득 참된 마음이 될 것이다.
 

120.

한쪽 말만 믿어 간사한 사람에게 속지말고,
자신의 힘을 지나치게 믿어서 만용(만용)을 부리지 말며,
자기의 장점으로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고,
자기의 서투름으로 남의 유능함을 시기하지 말라.

121.

모름지기 다른 사람의 단점은 덮어 주어야 한다.
만일 이것을 드러내어 남에게 알린다면,
이것은 자기의 단점으로 남의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완고하면 잘 타일러 깨우쳐 주어야 한다.
만일 화를 내고 그를 미워한다면 이것은 자기도 완고하면서
남의 완고함을 깨우치려고 하는 것이 될 것이다.

122.

음흉하여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본 마음을 털어놓지 말고,
화를 잘 내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땅히 입을 다물고 상종하지 말라.

123.

마음이 혼란하고 산만할 때 마음을 붙잡아 둘 곳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될 때는 풀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미해 지는 병은 없애더라도
다시 조바심치는 괴로움이 찾아올 것이다.

124.    

맑게 개이고 푸르던 하늘도
갑자기 흐려져서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칠 때가 있고,
세차게 불던 바람과 퍼붓던 비도
갑자기 그쳐서 밝은 달과 맑은 하늘이 될 때가 있다.
하늘의 기운이 한결같지 않는 것은 아주 작은 걸림이 있기 때문이니,
하늘의 기운이 걸리는 것도 사람의 본 마음이 막히는 것도
똑 같이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125.

사사로운 욕심을 누르는 일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사사로운 욕심이 무엇인지 발리 알아야 한다고 해서
"그것을 일찍 알지 않으면 억제하는 힘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비록 그것을 알아서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참는 힘이 모자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식하여 안다는 것은 악마를 비추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고,
참는 힘은 악마를 베는 한 자루의 지혜로운 칼이니
이 두 가지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126.

남이 나를 속이는 줄 알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얼굴빛에 나타내지 않는다면,
그 속에는 무한한 품격이 있고 무한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127.    

하는 일마다 마음을 거슬리게 하고 사는 것을 곤궁하게 하는 모든 것은
하늘이 그 사람을 널리 쓰기 위해 사람의 타고난 그릇을 단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단련을 받아들인다면 몸과 마음이 다 유익하겠고,
그 단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몸과 마음 모두에 손해가 될 것이다.

128.

내 몸은 하나의 작은 우주다.
그러므로 기뻐함과 성냄을 잘못을 잘 조절하고,
좋아함과 싫어함을 자연의 법칙과 같이 알맞게 하면
그것이 곧 하늘과 내 몸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공부가 된다.
천지는 우리를 품에 안아 길러주는 하나의 큰 부모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원망이 없게 하고 만물에 병이 없게 하면
이것이 곧 온 세상을 화목하게 하는 일이다.

129.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남에게 받는 피해를 막으려는 마음을 갖지 않아서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생각에 소홀함이 있을까하여 경계한 말이다.
또 "차라리 남에게 속을지언정
남이 속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여 앞질러 염려하지 말라"고 한 것은
지나치게 살펴 덕이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너무 등한하면 스스로 해를 많이 입고, 너무 경계하면 자기의 덕을 해치니
이 두 가지 말을 아울러 지닌다면 생각이 밝아지고 인품이 원만해 질 것이다.

130.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해서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고,
자신의 생각에만 얽매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
작은 은혜에 사사로이 집착하여 큰 대의(대의)를 망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빌어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풀지 말라.

131.    

착한 사람을 만나도 그와 빨리 친해질 수 없으면
남에게 미리 그를 칭찬하지 말라.
간사한 무리들의 모함이 있을까 두렵다.
악한 사람을 쉽사리 멀리할 수 없으면 그 사실을 미리 입 밖에 내지 말라.
말이 그의 귀에 들어가 뜻밖의 화를 입을까 두렵다.     
 
132.

푸른 하늘에 빛나는 태양처럼 드높은 절개와 의리도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길러진 것이요,
천지를 뒤흔드는 뛰어난 경륜도
깊은 연못에서 살얼음을 밟듯이 조심하는데서 나온 것이다.

133.

어버이는 사랑하고, 자식들은 효도하며,
형은 우애가 있고 아우는 공손한 것이 비록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이것은 모두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니 조금도 감격스러운 생각으로 볼 것이 못된다.
만일 이것을 베푸는 쪽에서 덕으로 자처하고 받는 쪽에서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길거리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의 관계와 다름없으니
곧 장사꾼들 사이의 관계와 같이 되고 만다.

134.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 맞서게 되는 것이니,
내가 스스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추하다고 말하겠는가.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 맞서게 되는 것이니,
내가 스스로 청렴결백함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더럽다고 말하겠는가.

135.

더웠다 차가워졌다 하는 마음의 변화는
가난한 사람보다 부귀한 사람이 더욱 심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은 가족들이 남보다 더 심한 법이다.
만일 이러한 처지에서 냉정한 마음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억제하지 않으면
번뇌 속에 빠지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을 것이다.
 
136.

공적과 허물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혼동하게 되면 곧 사람들은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은혜와 원수는 지나치게 밝혀서는 안 된다.
만일 밝히면 마음이 떠나 반대하는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137.

직위는 너무 높지 말아야 하나니, 너무 높아지면 위태롭다.
뛰어난 재주는 다 쓰지 말고 여력을 남겨 두어야 하나니,
다 쓰게되면 쇠퇴하게 되느니라.
일상 생활과 행동은 너무 고상하지 말아야 하나니,
너무 고상한 척하면 사람들의 비방과 헐뜯음을 받게 마련이니라.

138.

악(악)은 그늘을 꺼리고 선(선)은 햇볕을 꺼린다.
그러므로 밖으로 드러난 악은 재앙이 적고 숨은 악은 재앙이 깊으며,
드러난 선은 공이 적고 숨은 선은 공이 크다.


139.

덕은 재질의 주인이고, 재질은 덕의 종이니,
재질이 있으면서 덕이 없다면 이는 마치 집안에 주인이 없고
종이 일을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과 같다. 어찌 도깨비가 마구 날뛰지 않겠는가?

140.

간악한 무리를 제거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막을 때에도
그들에게 한 가닥 도망갈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만일 그들로 하여금 도망갈 곳이 없게 한다면 이는 쥐구멍을 막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그들이 목숨을 걸고 덤벼들어 하는 일을 망치려고 들 것이다.

141.    

마땅히 허물은 남과 함께 하고
공적(공적)은 남과 나누어 가지지 말라.
공적을 함께 나누어 가지게 되면
서로 시기하고 깎아 내리려고 할 것이다.
고난은 남과 함께 겪어도 좋지만
안락함은 남과 함께 누리려고 하지 말라.
안락함을 함께 하면
서로 많이 누리려고 다투다가 나중에 원수처럼 될 것이다.

142.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비록 가난하여 물질로 남을 도와 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리석은 사람이 미혹(미혹)에 빠져 있을 때
한 마디 말로 그를 이끌어 깨우쳐 주고,
위급한 처지에 빠져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한 마디 말로써
그 사람을 구제해 줄 수 있다면, 이 또한 무한한 공덕이라 할 것이다.

143.

배고프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달려오고 추워지면 가버리는 것,
이것이 모든 사람들의 병폐다.

144.    

참된 것을 공부하는 사람은 냉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굳은 의지로 가벼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145.

덕은 자신의 그릇에 따라서 발전하고
자신의 그릇은 지식과 견문에 의해 자라난다.
그러므로 자기의 덕을 두텁게 기르고자 한다면
자신의 그릇을 넓히지 않을 수 없고,
그릇을 넓히고자 한다면 그 지식과 견문을 키우지 않을 수 없다.


146.

외로운 등불이 반딧불처럼 가물거리고
삼라만상이 소리 없이 고요해지면
이때가 비로소 우리들이 편안히 잠들 때이다.
새벽 꿈에서 막 깨어나 만물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이때가 우리들이 혼돈 속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때를 틈타 한마음으로 마음의 빛을 밝혀 환희 돌이켜 보면,
비로소 보는 것, 듣는 것, 입으로 먹고 코로 숨쉬는 것이
다 몸을 묶는 수갑이요,
정욕과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이
마음을 타락시키는 장애물임을 분명히 깨달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기자는 촉사개성약석하고 우인자는 동념즉시과모라
반기자   촉사개성약석       우인자   동념즉시과모
일이벽중선지로하고 일이준제악지원하나니 상거소양의니라
일이벽중선지로      일이준제악지원        상거소양의

스스로 조심하여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에게는
그에게 닥치는 모든 일이 모두 약이 되어 마음의 양식이 될 것이요,
남을 탓하여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원망하는 사람은
일어나는 생각마다 모두 창과 칼이 되어 남을 해칠 것이다.
하나는 모든 착한 길을 열어 주고
또 하나는 모든 악함의 근원을 이루게 되는 것이니,
그 둘은 서로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가 있다.

148.

이루어 놓은 일과 글은
몸과 더불어 사라지지만 정신은 영원토록 새롭고,
부귀를 누리고 공을 세워 세상에 이름을 얻는 것은
시대를 따라서 바뀌지만 절개는 천년이 하루와 같으니,
참됨을 공부하는 사람은 마땅히 저것으로써 이것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149.

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고,
사마귀가 먹이를 노리고 있는 뒤에서 참새가 그 사마귀를 노리고 있다.
세상일은 계략 속에 또 계략이 숨어 있고
뜻밖의 이변이 일어나면 다시 그 이상의 예기치 않은 이변이 일어나니,
어찌 인간의 작은 지혜와 얄팍한 재주를 믿을 수 있겠는가.

150.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이 사람은 일개 허수아비일 뿐이니 하는 일마다 모두 헛될 것이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원만하고 활발한 기상으로 사람을 사귀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일개 나무인형이니 가는 곳마다 부딪혀 막히게 될 것이다.

151.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저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먼지가 끼지 않으면 저절로 맑다.
그러므로 굳이 마음을 맑게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흐린 것을 버리면 맑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즐거움을 찾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괴로움을 버리면 저절로 즐거울 것이다.

152.    

한 생각으로 신명계(신명계)의 금기(금기)를 범하고,
한 마디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트리며,
한 가지 일로 후손들에게 재앙을 당하게 할 수 있으니,
생각과 말과 행동을 스스로 조심하여 특히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153.

일을 급하게 서두르면 분명히 드러나지 않다가도
너그럽게 늦추면 저절로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조급하게 서둘러 남을 화나게 하지 말라.
사람을 부리려고 하면 따르려고 하지 않다가도 그냥 놓아두면
스스로 감화되는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너무 엄하게 부려 상대방의 반감을 사서
그 마음이 더 굳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154.

절개와 의리가 더 높고 문장이 뛰어날지라도,
덕으로써 이를 기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형편이 없어질 것이다.

155.

일을 그만두고 물러서려거든 마땅히 그 전성기에 물러서고,
자기의 몸을 의지하려거든 마땅히 남보다 뒤떨어진 자리를 차지하라.

156.

덕을 삼가 함에는 마땅히 아주 작은 일부터 삼가 할 것이요,
은혜를 베풀려거든 보답하지 못할 사람에게 힘써 베풀어라.

157.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사귀는 것은
산촌의 늙은이를 벗함만 못하고,
권문세가의 대문에 들락거리며 아부하는 것은
오막살이에 살면서도 편안한 것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이나 목동의 노래를 듣는 것만 못하고,
다른 사람의 덕 잃은 것과 허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다.

158.

덕을 베푸는 것은 사업의 기초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집이 오래 견딘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

159.

남들에게 마음의 덕을 잘 베푸는 것은
나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뿌리가 되니,
뿌리가 뽑히고도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

160.

옛사람이 이르기를
"자기 집의 무한한 재산을 버려 두고,
밥그릇 들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거지 흉내를 낸다"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벼락부자가 된 가난뱅이들아, 꿈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라.
어느 집 부엌인들 불 때면 연기가 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하나는 눈이 어두워 스스로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함을 경계한 것이고,
하나는 자신의 가진 보잘 것 없는 것을
남에게 자랑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한 것이니,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이것을 간절한 훈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161.    

도는 여러 사람과 더불어 행하는 것이니
사람마다 이끌어 가까이하게 하여야 하고,
학문은 날마다 먹는 밥과 같으니
늘 소중하게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162.    

남을 믿는 사람은 남이 성실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성실하기 때문이며,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이 나를 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163.

생각이 너그럽고 후한 사람은
마치 따뜻한 봄바람이 만물을 기르는 것과 같아서
만물이 그 사람을 만나면 살아나고,
생각이 좁고 치우쳐 시기심이 많고 각박한 사람은
마치 겨울바람과 차가운 눈보라가 만물을 얼어붙게 하는 것과 같아서
만물이 그 사람을 만나면 죽고 만다.

164.

착한 일은 당장 그 이익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가 되면 잎 속에서 나타나는 오이열매처럼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자라나고,
악한 일은 당장 그 손해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뜰 앞의 봄눈과 같아서
때가되면 악하게 해서 얻은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165.

옛 친구를 만나면 다시 뜻을 새롭게 하고,
비밀스런 일 일수록 마음의 자취를 더욱 드러내야 하며,
예전에는 부유하였지만 지금은 약해지고
가난해진 사람을 대할 때는
더욱 은혜를 잊지 말고 예절을 지켜야 한다.

166.

근면하다는 것은
본래 덕과 의리를 지키는 것에 부지런한 것을 말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산을 모으는 것을 근면하다고 하여,
부지런함을 빌어 자기의 가난을 구제하고,
또 검소하다는 것은 재물이나 이익을 탐내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자기 재물을 쓰지 않고 인색한 것을 검소하다고 하여,
검소함을 빌어 자신의 인색함을 덮는다.
이처럼 참된 사람이 몸을 닦는 방법인 근면과 검소함을
소인배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꾀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167.

즉흥적인 생각으로 시작하는 일은,
시작하자마자 곧 멈추게되니
쉬지 않고 나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고,
또 순간적인 감정으로 얻은 지혜는,
깨닫자마자 곧 흐려지게 되니
마음을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되지는 못한다.

168.

남의 잘못은 용서하되 나의 잘못은 용서하지 말고,
내가 힘든 것은 참고 견뎌내되 남이 힘든 것은 구해주어야 한다.

169.

세상의 속됨을 벗어나면 기인(기인)이지만,
일부러 기이함을 숭상하는 사람은
기인이 아니라 괴이한 사람일뿐이며,
세상의 더러움에 섞이지 않으면 청렴한 사람이지만,
세속을 끊고 청렴을 구하면
청렴한 사람이 아니라 과격한 사람일뿐이다.

170.

남에게 은혜를 베풀 때는
처음에는 박하게 대하다가 차츰 후하게 대하여야 한다.
만일 처음에 후하게 하고 나중에 박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처음에 받은 그 후한 은혜까지 잊어버리게 된다.
또 남에게 위엄을 보일 때는
처음에는 엄하다가 차츰 너그럽게 대하여야 한다.
처음에 너그럽게 대하다가
나중에 엄격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가혹하다고 원망한다.

171.

마음이 비어 있으면 본성이 저절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마음을 계속 움직이면서 본성을 보려고 하는 것은
마치 물결을 헤치면서 달을 찾는 것과 같다.
뜻이 맑으면 마음이 맑아지게 마련이다.
뜻을 밝게 하지 않고 마음이 밝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깨끗한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려고 하면서
그 거울에 먼지를 더 하는 것과 같다.

172.

내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남들이 나를 받드는 것은 내 직위를 받드는 것이고,
내가 비천할 때 남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나의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본래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닌데 내가 어찌 기뻐할 것이며,
본래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데 내가 어찌 화를 내겠는가.

173.

옛사람이 말하기를
"비록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쥐 같은 미물(미물)을 위해서도 언제나 밥을 남겨두고,
타는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을 가엾게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옛 사람의 이런 자비로운 생각은
인간을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기틀이다.
이것이 없다면 인간도 흙이나 나무와 같이
무심한 사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174.

사람의 마음과 우주의 정신은 본래 하나이므로
마음의 근본 형태는 하늘의 운행과 같다.
사람의 기쁜 생각 하나는 빛나는 별이며 상서로운 구름이요,
화난 생각 하나는 진동하는 우레와 사나운 비요,
하나의 자비로운 생각은 따뜻한 바람과 달콤한 이슬이요,
하나의 엄한 생각은 뜨거운 햇볕이며 가을날 서릿발이니,
그 어느 것이나 없어서는 안 된다.
다만 때에 따라 생각이 일어나고 때에 따라 생각이 사라져서
그 근본자리는 훤하게 막힘이 없어야 하니,
이것이 곧 하늘과 한 몸이 되는 길이다.

175.

일이 없으면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고요한 가운데 밝은 지혜로 사물을 비추어 보아야 하고,
일이 바쁠 때는 마음이 산란해지기 쉬우니
지혜의 빛으로 마음을 밝게 하여 침착함에 힘써야 한다.

176.

일을 의논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그 일 밖에 두고
남김없이 일의 손익에 대해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자신의 몸을 그 일 가운데 두고
자신의 손익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177.

참됨을 공부하는 사람은
권세 있는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도 몸가짐을 엄정히 하고,
마음을 온화하게 가져야 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무리들을 가까이하지 말고,
혹 과격해져서
사악한 소인배들에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178.    .

절개와 의리를 내세우는 사람은
반드시 절개와 의리 때문에 비난을 받고,
도덕과 학문을 내세우는 사람은
언제나 도덕과 학문 때문에 원망을 듣는다.
그러므로 참됨을 공부하는 사람은
악한 일을 가까이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내세우려고도 하지 않으니,
오직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며 원만하고 따뜻한 기질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몸을 보전하는 보배로 삼는다.     

179.    

나를 속이려는 사람을 만나면
정성스런 마음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난폭한 사람을 만나면 온화한 기운으로 그 사람을 감화시키며,
사악함에 물들어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람을 만나면
명분과 의리와 절개로서 그 사람을 격려한다.
이렇게 한다면 세상에 나의 사람이 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180.    

작은 자비심 하나가 온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깨끗한 마음 하나가 맑고 꽃다운 이름을 오래토록 전할 것이다.

181.    

음흉한 계략과 괴이한 습관,
이상한 행동과 기이한 능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재앙의 씨앗이 된다.
오직 평범한 덕과 행동만이
혼란함을 바로잡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182.    

옛말에 이르기를
"산을 올라갈 때는 험한 비탈길을 견뎌내고, 눈길을 걸어갈 때는
길을 잘못 들어 길을 잃더라도 잘 견뎌내라"고 하였으니
이 '견딜 내자'에 지극한 의미가 들어 있다.
만일 기울고 험악한 인정과 험난한 세상 길에서
이 '내자' 하나를 얻어 참으며 살아가지 못한다면,
어찌 가시덤불이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겠는가.  

183.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공적이나 학문을
남에게 자랑하지만 이것은 바깥 사물에 의해 얻어진 것으로
자기 이외의 것으로 얻은 것이니 참으로 값진 것은 못 된다.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마음씀에 있고 마음의 바탕은 원래 밝은 것이니
그 본래의 모습을 잃지만 않는다면,
비록 한 치의 공적도 없고 글자 한 자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저절로 바르고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것을 알지 못한다.
 
184.    

바쁨 속에서 한가함을 얻으려면
먼저 한가할 때 하나의 기준을 세워두고,
시끄러움 속에서 조용함을 얻으려면
먼저 조용할 때 하나의 원칙을 세워 두라.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움직이고 일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185.

물욕 때문에 자기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말고,
남에게 인정(인정)없이 가혹하게 대하지 말며, 물건을 낭비하지 말라,
이 세 가지가 하늘을 뜻을 온전히 받들어 마음을 세우는 길이며,
모든 사람들이 평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을 온전히 하는 길이며,
자신과 후손들을 위하여 복을 짓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186.

공직에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이 두 마디 있으니,
"공정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것이다.
집안 살림을 하는 사람에게 할 말이 두 마디 있으니,
"남을 용서하면 세상살이가 평화로워지고,
검소하면 살림이 넉넉해진다"는 것이다.

187.    

잘 살 때는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젊을 때는 늙어서 약해질 때의 괴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188.    

몸가짐은 지나치게 결백하게 가지지 말라.
때로는 모든 더러움과 욕됨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남과 사귈 때는 지나치게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말라.
때로는 모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모두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189.

소인배들과 더불어 원수를 맺지 말라.
소인배들은 저들 나름대로의 상대가 있는 것이다.
참됨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아첨하지 말라.
참된 사람은 원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

190.

욕심부리는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힘들고,
일이 막힌 것은 풀 수 있지만 의리가 상한 것은 풀기 힘들다.

191.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은 쇠를 백 번 단련하듯이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급하게 마음을 닦아 이룬 것은 깊은 수양이 아니다.
행동에 옮기는 것은 무거운 활을 당기듯 해야 한다.
그러므로 경솔한 행동으로는 큰 공적을 이룰 수 없다.

192.

차라리 소인배들로부터 미움과 비난을 받을지언정
소인배들이 아첨하고 좋아하는 대상이 되지는 말라.
차라리 참된 사람에게 꾸짖음을 당하고
마음을 수양하라는 충고를 들을지언정
그가 소인배를 대하듯 나를 대하여
나의 잘못을 눈감아 주고 못 본 체하는
그런 버림받은 사람이 되지는 말라.

193.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은
도의 밖에 벗어나 있으므로 그 피해가 나타나 작지만,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은
도의 안에 숨어 있으므로 그 피해가 나타나지 않지만 크다.

194.

남에게 입은 은혜는 깊어도 갚지 않으면서,
원한은 얕아도 그것을 갚으며,
남이 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비록 확실하지 않아도 그대로 믿으면서,
착하다는 이야기는 확실해도 그것을 의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함의 극단이요, 경박함의 극치이니
간절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195.

남을 중상하고 헐뜯는 사람들은 크게 경계하지 않아도
마치 조각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저절로 밝혀지지만,
아양을 떨고 아첨하는 자들은
마치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살갗에 닿음과 같아서
그 해로움을 빨리 깨닫지 못한다.

196.    

산이 높고 험한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골짜기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곳에는 고기가 없으나
물이 깊고 고요한 곳에는 물고기가 떼지어 모여든다.
그러므로 참된 도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너무 지나치게 고상한 행동과 좁고 급한 마음을 깊이 경계하여야 한다.

197.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은
보통 허심탄회하고 원만하지만,
일에 실패하고 기회를 잃는 사람은
반드시 집착하고 고집이 센 사람들이다.

198.    
   
세상살이는 보통사람들과 더불어
너무 같아도 옳지 않고 너무 달라도 옳지 않으며,
일을 함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싫어하도록 해서도 안 되지만
사람들이 너무 기뻐하는 것도 마땅한 것은 아닐 것이다.

199.

하루해가 이미 저물었으나
오히려 연기와 노을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한 해는 저물어 가지만 귤의 꽃다운 향기는 더욱 짙어간다.
그러므로 참됨을 공부하는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 만년에 보다 새로이 정신을 가다듬는다.

200.    

매는 앉아 있으나 조는 듯하고
범은 걸어가지만 병든 듯하니,
바로 이와 같은 것이 사람을 붙잡아 두고
사람을 내 사람으로 쓰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참됨을 공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총명함을 드러내지 않고
재주를 나타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곧 어깨가 넓어 세상의 큰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역량인 것이다.

201.    

절약과 검소함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천박하고 인색해져서 오히려 바른 길을 벗어나게 되고,
겸손과 양보는 아름다운 행실이지만
지나치면 아첨과 비굴이 되어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책략을 꾸미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202.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마음에 흡족하다고 기뻐하지 말라.
오랫동안 편안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처음이 어렵다고 꺼리지 말라.

203.

술잔치의 즐거움이 많으면 좋은 집안이라 할 수 없고,
이름과 부귀를 탐내면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없으며,
높은 자리를 탐하는 마음이 깊다면 좋은 부하라 할 수 없다.

204.

보통 사람들은 마음에 맞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도리어 즐거운 마음에 이끌려 괴로운 곳에 머물러 있게 되고,
깨달음에 이른 사람은 마음에 거리끼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마침내 괴로운 마음이 바뀌어 즐거움이 오게 된다.

205.    

가득 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물이 넘칠 듯 말 듯 하는 것과 같아서
다시 한 방울 더하는 것도 간절히 꺼리고,
위급한 지경에 처한 사람은 마치 나무가 부러질 듯 말듯 하는 것과 같아서
다시 약간만 더 누르는 것도 간절히 꺼린다.

206.

바른 눈으로 사람을 보고,
바른 귀로 사람의 말을 들으며,
바른 뜻으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며,
바른 마음으로 세상의 이치를 생각해야 한다.

207.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넓고 느긋하므로
복이 많고 좋은 일도 오래가며 하는 일마다 너그럽고 여유 있게 이루어 간다.
그러나 마음이 천박한 사람은 생각이 좁고 급하므로
복록(복록)도 박하고 혜택도 짧아서 하는 일마다 옹졸하고 바쁘기만 하다.

208.

악한 말을 듣더라도 바로 미워하지 말라.
그를 헐뜯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분풀이가 내게로 올까 두렵다.
착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급히 친해지지 말라.
간사한 사람을 이끌어 출세시킬까 두렵다.

209.

성질이 조급하고 마음이 조잡한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이룰 수 없고,
마음이 온화하고 기질이 평온한 사람은
백가지 복이 저절로 모여든다.

210.

사람을 쓸 때는 각박하게 대하지 말라.
사람을 각박하게 대하면 힘껏 일해 보려던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도 떠나 버린다.
벗을 사귈 때는 함부로 사귀지 말라.
가리지 않고 함부로 사귀면 아첨하는 소인배들이 먼저 찾아 올 것이다.

211.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빗발이 사나운 곳에는 다리를 굳건히 세워야 하듯
하는 일이 힘든 때에는 자신을 믿고 굳건히 버텨야 하며,
꽃이 만발하고 능수버들이 아름다운 곳에서는 유혹에 빠지기 쉬우니
한눈을 팔지 말고 눈을 들어 크게 그리고 높이 보아야 하며,
길이 위태롭고 험한 곳에서는
어려움에 깊이 빠지지 않도록 발길을 빨리 돌려야 한다.

212.    

절개와 의리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은
온화한 마음을 길러야 분쟁의 길을 열지 않을 것이며,
이름을 알리고 공을 세우려는 사람은
겸양의 덕을 가져야 질투의 문을 열지 않게 될 것이다.

213.    

공부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을 때에는
편지 한 장이라도 맺고 끓음이 분명해야 하니,  
남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하여 요행을 바라는 단서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고향에 머물 때는 자신을 너무 높이지 말아,
마땅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만나볼 수 있게 하여 옛정을 돈독히 하여야 한다.

214.

큰마음으로 사는 사람을 두려워하라.
큰마음으로 사는 사람을 두려워하면 방탕하고 안일한 마음이 없어질 것이다.
소인배들 또한 두려워하라.
소인배를 두려워한즉 그들의 횡포를 사전에 피할 수 있을 것이다.

215.

일이 뜻대로 잘되지 않을 때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원망이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마음이 조금씩 게을러질 때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정신이 저절로 분발하게 될 것이다.

216.

기쁨에 들떠서 경솔히 승낙하지도 말고,
술에 취한 것을 빙자하여 화내지 말라.
일이 순조로워 기분이 좋을 때는 유쾌함에 들떠서 일을 많이 벌이지 말고,
일이 잘 안되어 마음이 괴롭고 고달프다고 해서
시작한 일을 끝맺기도 전에 그만 두지도 말라.

217.

책을 바르게 읽는 사람이라면
글을 읽을 때 신이 나서 저절로 손발이 움직여
춤추는 경지에까지 이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
사물을 잘 관찰하는 사람은
마음과 정신이 사물과 융합되는 경지에까지 이르도록 관찰해야 한다.
그때야만 비로소 사물의 외부 형체에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

218.

하늘이 한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 주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려고 하지만,
세상에서는 오히려 자기의 장점을 내세워 남의 단점을 들추어낸다.
또 하늘이 한 사람을 부유하게 하여
세상 모든 사람의 곤궁함을 구제하려고 하지만,
세상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가진 것에 의지하여 남의 가난을 업신여긴다.
이런 사람은 참으로 하늘의 벌을 받아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219.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다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는 것도 없고 생각하는 것도 없으므로
더불어 학문을 논하고 함께 공을 세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중간의 재주를 가진 사람이 한편으로는 생각과 지식이 많고
또 한편으로는 억측과 시기가 많아서 하는 일마다 함께 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220.

입은 마음의 문이다.
그러므로 입을 무겁게 하지 않으면 참된 모든 기운이 모두 새어나가고 말 것이다.
뜻은 마음의 발이다.
그러므로 뜻을 굳게 간직하지 않으면
모두 사악한 지름길로 달려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221.

남을 꾸짖을 때는
허물 있는 가운데서 허물없음을 찾아야 마음이 편안할 것이요,
자신을 꾸짖을 때는
허물없는 속에서 허물 있음을 찾아야 덕이 자랄 것이다.

222.

어린이는 어른의 새싹이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공부하는 사람들 중의 새싹이다.
그러나 처음에 온전히 가르치지 못하면
훗날 세상을 살아가거나 높은 지위에 올랐을 때
좋은 그릇이 되지 못할 것이다.

223.

참되고 진실한 사람은
어려움을 당해서는 근심하지 않으나 즐거울 때에 근심하며,
권세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나 외로운 사람을 만나면 안타까워한다.
    
224.    

복사꽃과 살구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어찌 저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의 굳은 절개와 같을 수 있겠는가.
배와 살구가 아무리 달더라도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에 비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그러하다.
아름답고 일찍 시드는 것은 담백하고 오래 가는 것만 못하고,
일찍 빼어난 것은 늦게 크게 이루는 것만 못하다.

225.

바람자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서 인생의 참된 경지를 볼 수 있고,
담담한 맛과 소리 드문 고요함 속에서라야
마음의 참모습을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다.


홍자성의 채근담(만력본) 전집 종
홍자성의 채근담 전집(전집) 마침


홍자성의 채근담(만력본) 후집


001.

세속을 벗어나 산에서 사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직도 산에서 사는 삶의 맛을 진정으로 얻은 것이 아니고,
세속적인 명예나 이익에 대해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도 세속적인 욕심을 다 잊지 못한 것이다.

002.

낚시질하는 것은 여유로움을 즐기는 일이지만
오히려 죽이고 살리는 살생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고,
바둑을 두는 것은 깨끗한 놀음이지만
또한 전쟁하는 마음을 일으키나니
즐거운 일이란 일을 덜어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만 못하고,
재능이 많은 것은 차라리 무능하여
타고난 본래 마음을 보전함만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리라.

003.

꾀꼬리 노래하고 꽃은 만발해 산이 붉게 물들고
계곡이 아름다운 것은 모두 천지의 거짓된 모습일 뿐이다.
물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져
바위가 앙상하고 벼랑이 드러나야
비로소 천지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004.

세월은 본래 길기만 하건만 마음 바쁜 사람이 스스로 짧다 하고,
천지는 본래 넓고 넓은 것이지만 생각이 속된 사람이 스스로 좁다 하며,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래 한가롭기만 하지만
일에 매달려 악착스러운 사람들이 스스로 번거롭다 하는구나.

005.

풍경을 즐기는 것은 거창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좁은 연못이나 주먹만한 돌 사이에도
안개와 노을은 깃들인다.
좋은 풍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
쑥대로 얽은 창문과 대나무로 엮은 집 아래에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스스로 한가롭다.

006.

고요한 밤에 종소리를 듣고
꿈속의 꿈을 불러 일깨우고,
맑은 연못에 어린 달 그림자를 살펴보고
몸밖의 몸을 엿보노라.

007.

새의 지저귐과 벌레 소리가 모두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요,
꽃봉오리와 풀빛 또한 진리를 표현하는 문장 아님이 없구나.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마음의 작용을 맑고 투철하게 하고
가슴속을 영롱하게 하여 사물을 대함에
모두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리라.

008.

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지만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이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지만
줄이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니,
형체만 사용하고 그 정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찌 책과 거문고의 참 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009.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는 곧 가을 하늘이나 맑게 개인 잔잔한 바다요,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이는 곧 신선이 사는 곳이로다.

010.

손님과 벗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마음껏 술 마시고 흐드러지게 노는 일은 즐거우나,
어느새 시간이 다하여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불도 꺼지고 차도 식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즐거움이 흐느낌으로 변하여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일찍 생각을 돌리려 하지 않는가.

010.

손님과 벗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마음껏 술 마시고 흐드러지게 노는 일은 즐거우나,
어느새 시간이 다하여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불도 꺼지고 차도 식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즐거움이 흐느낌으로 변하여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일찍 생각을 돌리려 하지 않는가.

011.

하나의 사물속에 깃들어 있는 참 맛을 깨달을 수 있다면
모든 호수의 풍경도 모두 한 치 마음속에 들어오고,
눈앞에 펼쳐진 기틀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모든 위대한 이들의 마음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012.

산하의 대지도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거늘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에 대해 말해 무엇하며
피와 살과 몸뚱이도 물거품과 같이 그림자로 돌아가거늘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인 재물에 대해 말해 무엇하리.
이 이치를 깨닫는 더 없는 지혜가 아니라면 밝은 마음을 볼 수 없으리라.

013.

부싯돌 불 켜는 짧은 시간 같은 인생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어 본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의 뿔 위에서 힘 겨루기를 해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014.

금방 꺼지려하는 등잔불에는 불꽃이 없고
다 해어진 겉옷에는 따스함이 없듯이  
사람의 정이 너무 메마르면 이 모두 삭막한 풍경이요,
몸은 말라버린 나무와 같고 마음은 식은 재와 같다면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공허함에 떨어짐을 면하지 못하리라.

015.

사람이 세속에 미련을 버리고
번뇌를 쉬게 하려는 마음 닦는 공부할 생각을 가졌다면
바로 실천에 옮겨 번뇌를 쉬게 해야 하리니
만일 따로 마음 닦을 곳을 찾으려 한다면
아들딸을 결혼시킨 후에도 아직 할 일이 많으리라.
마음 공부를 하기 바라면서도 여전히 세속에 미련을 둔다면
그 마음으로는 역시 깨닫지 못할지니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이제 쉬어버리면 곧 쉴 수 있으려니와
만약 끝날 때를 찾다보면 깨달을 때가 없으리라.“ 하셨으니
참으로 옳은 이야기이다.

016.

냉정한 마음으로 분주하던 때를 되돌아 살펴본 다음에야
정열에 이끌려 분주했던 그 시간이 무익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번잡한 생활에서 한가로운 생활로 들어가 본 후에야
한가로움이 맑고 여유로운 것임을 알게 되느니라.

017.

부유함과 귀함을 뜬구름처럼 여긴다고 해서
반드시 바위굴속에서 살 필요는 없고,
구태여 산수를 즐기는 버릇이 아니라도
더불어 술에 취하고 시에 빠져들어 보노라.

018.

이익과 명예를 다투는 일은 모두 남들에게 맡기고
그들 모두 이익과 명예에 취하여도 미워하지 않으며,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순박하게 하는 것은
내게 알맞게 하여
나 홀로 깨어 있음을 자랑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부처님의
“법(법)에도 매이지 않고
공(공)에도 매이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모두 자재(자재)하다“는 것이다.

019.

길고 짧은 것은 한 생각에 달려 있고,
넓고 좁은 것은 한 치 마음에 매여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은 하루가 천 년 보다 길고,
뜻이 넓은 사람은 좁은 방도 천지같이 넓게 여긴다.

020.

물욕을 덜고 덜어,
마음에 꽃 가꾸고 대나무 심어
참 마음으로 돌아가리니,
옳고 그름도 잊고 잊어,
향 사르고 차 달이며
세상사는 나 모른다 하리라.

021.

눈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에 족함을 알면
신선의 경지로되 만족할 줄 모르면 범인의 경지이다.
세상에 나타나는 모든 인연은 잘 쓰면
살리는 기틀이 되지만 잘못 쓰면 죽이는 기틀이 되느니라.

022.

권력에 아부하여 부귀영화를 탐하는 사람에게
재앙은 매우 참혹하고 빠르게 다가오지만
고요함에 살고 편안함을 지키는 맛은
지극히 담백하고 또 오래 가느니라.

023.

소나무 우거진 시냇가를 지팡이 짚고
홀로 가다 서노라면 구름이 헤진 옷에서 일어나고,
대숲 우거진 창가에서 책을 베개삼아 누웠다 깨어 보면
달빛이 낡은 이불에 스며드네.

024.

색욕이 불붙듯이 일어나다가도
여자를 너무 가까이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병든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흥이 문득 식은 재 같이 사라지고,
재물과 이름을 추구하는 것이 사탕처럼 달다해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죽음이라는 무서운 재앙을
낳게 된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의욕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항상 죽음을 근심하고 병을 생각한다면,
부질없는 업을 없애고 마음을 닦을 수 있느니라.

025.

사람들이 저마다 얻으려고 앞을 다투는 길은 좁으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 저절로 한 걸음 넉넉해지고,
맛있는 음식은 곧 싫증나게 마련이니
조금만 너그럽게 양보하면 저절로 그만큼 통하게 되리라.

026.

바쁠 때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한가할 때 마음을 맑게 길러야 하고,
죽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모름지기 살아 있을 때 사물의 이치를 간파해야 하느니라.

027.

한가로이 숲 속에 사는 사람은 영화로움도 욕됨도 없고
도의에 맞게 바르게 사는 길에는 덥고 추움도 없느니라.

028.

더위를 없앨 수는 없지만
더위에 괴로워하는 이 마음을 없앤다면
몸은 언제나 시원한 정자(정자) 위에 있게 되고,
가난을 쫓아 버릴 수는 없지만
가난을 걱정하는 이 마음을 쫓아내 버리면
마음은 항상 안락한 집 속에 살고 있으리라.

029.

한 걸음 나아갈 때 곧 한 걸음 물러설 것을 생각한다면
양이 뿔이 울타리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은
재앙을 면할 수 있을 것이고
일을 시작할 때 미리 일에서 손떼는 경우를 생각해둔다면  
호랑이 등을 타고 달리는 위험을 피할 수 있으리라.

030.

이득을 탐하여 욕심이 많은 사람은
금을 나누어주면 옥을 얻지 못함을 한탄하고
높은 지위에 오르면 더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음을 원망하니,
부귀하면서도 스스로 거지 노릇을 달게 여기는 것이로다.
족함을 아는 사람은
명아주국도 기름진 쌀밥과 고기보다 더 맛있게 여기고
베옷도 털옷보다 더 따뜻하게 여기니,
일반 백성이면서도 왕을 부러워하지 아니하느니라.

031.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어찌 이름을 숨기는 멋만 하겠으며,
일에 능숙한 것이
어찌 일을 줄여서 한가함만 하겠는가.

032.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흰 구름이나 생명없는 바위를 보고도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춤을 보고 권태를 잊는다.
오직 스스로 깨달은 사람만이 시끄러움과 고요함이 없으며
영화로움도 쇠잔함도 없으니,
가는 곳마다 유유자적하지 않은 곳이 없다.

033.

조각구름 산골짜기에서 피어나
흘러가고 머무름에 조금도 매임이 없고,
밝은 달 하늘에 걸려
고요함과 시끄러움을 모두 상관하지 않네.

034.

느긋한 맛은 향기로운 술같은 부귀에서는 얻지 못하지만
나물 먹고 물 마시는 데서 얻을 수 있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메마르고 적막한 곳에서는 생겨나지 않지만
퉁소를 만지고 거문고 줄을 고르는 데서 생기나니
참으로 짙은 맛은 항상 짧고
담백한 가운데 취미만이 홀로 참됨을 알리라.

035.

불교에서 말하기를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고 하고
시의 뜻을 설명한 글에서 말하기를
“눈앞의 경치를 말로 그대로 표현한다”고 하였으니
지극히 높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들 속에 깃들어 있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 데서 나오는 것이니,
뜻이 있으면 도리어 멀고,
마음에 두지 않으면 저절로 가까우니라.

036.

물은 흘러도 본래 자기소리가 없나니
시끄러운 곳에 있으면서 고요함을 보는 멋을 얻을 것이요,
산이 높아도 구름은 텅 비어 거리낌이 없나니
유(유)에서 나와 무(무)로 들어가는 기틀을 깨달으리라.

037.

숲 우거진 산은 아름다운 곳이나
한 번 현혹하여 집착하게 되면 곧 시장판이 되고
글쓰고 그림 그리는 것은 운치있는 일이지만
한 번 탐내면 혹하게 되면 곧 장사꾼이 되고 만다.
마음이 세속에 물들거나 집착이 없으면 욕망의 세계인 속세도 신선 세계요,
마음에 매임이나 집착이 있으면 극락도 고통의 바다가 된다.

038.

시끄럽고 번잡한 때를 당하면
평소에 기억하고 있던 것도 모두 멍하니 잊어버리고,
맑고 고요한 경지에 있으면
지난날에 잊었던 것도 뚜렷하게 앞에 나타나나니,
이것으로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조금만 나누어져도
마음의 어둡고 밝음이 매우 달라짐을 알 게 될 것이다.

039.

갈대 꽃 이불 덮고 눈 위에 누워
구름 위에서 잠들지라도
한 방 가득 고요하고 맑은 밤을 기운을 보전할 수 있고,
대나무 잎 술잔 속에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희롱할 수 있다면
끝없이 일어나는 번잡한 속세의 티끌을 다 떨칠 수 있으리라.

040.

높은 벼슬아치의 행렬 속에
명아주 지팡이 짚은 산 사람이 한 사람 섞이면
한결 고풍스러움이 더할 것이지만,
어부와 나무꾼이 다니는 길에
관복 입은 벼슬아치가 한 사람 섞여 있다면
오히려 속된 기운만이 더할 뿐이다.
이같이 진실로 짙은 것은 옅은 것만 못하고
속된 것은 청아한 것만 못함을 알지니라.

041.

세속을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바로 살아가는 가운데 있으니,
반드시 사람과 인연을 끓어서 세상을 피할 필요는 없으며,
마음을 밝히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하는 속에 있으니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욕심을 끊어서
마음을 싸늘하게 식은 재처럼 할 필요는 없다.

042.

이 몸을 늘 한가한 곳에 둔다면
그 어느 누가 영욕과 이해득실로 나를 부릴 것이며
이 마음을 늘 고요함 속에 편안하게 안정시킨다면
그 어느 누가 시비와 이해로 능히 나를 속일 수 있으랴.

043.

대나무 울타리 밑에서
홀연히 개 짖고 닭 우는 소리 들으니
황홀하여 마치 구름 속에 있는 것 같고,
서재의 창 밖으로 한가로운 매미 소리와
까마귀 지저귀는 소리 들으니
고요한 별천지가 다른 곳이 아님을 알겠구나.

044.

내가 부자로 살기를 바라지 않으니
어찌 이익과 봉록(봉록)의 향기로운 미끼를 근심하며,
내가 남 앞에 나아가기를 다투지 않으니
어찌 벼슬살이의 위태로움을 두려워하리오.

045.

산 숲 사이로 난 길을 이리저리 거닐면
세속에 물들어 들뜬 먼지는 어느덧 가라앉고,
시와 그림 속에서 한가로이 노닐면 속된 기운은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참 사람은 비록 진기한 물건을 감상한다해도
본뜻을 잃지 않으며, 청아한 경지의 힘을 빌어
저속함에 빠지지 않도록 늘 마음을 고르느니라.

046.

봄날은 화창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을 나른하게 하지만,
가을날 흰 구름과 맑은 바람에
난초는 아름답고 계수나무는 향기로우며,
물과 하늘이 한 빛으로 천지가 모두 맑아서
사람으로 하여금 몸과 마음을 모두 맑게 함만은 같지 못하다.

047.

글자 한 자 모를지라도
시의 뜻을 얻은 사람은
시인들이 시속에 담아둔 참된 향기를 맡고,
게송(게송) 한 구절 참구(참구)하지 않았더라도
선(선)을 느끼는 사람은
선의 가르침이 주는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다.

048.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가 뱀으로 보이고
누운 바위도 엎드린 호랑이로 보이나니,
이런 혼란한 마음은 모두 죽는 기운이다.
생각이 고요하면 돌호랑이도 갈매기로 만들고
개구리 울음 소리도 음악으로 삼나니
듣고 보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참이로구나.

049.

몸은 매이지 않은 배와 같으니
흘러가거나 멈추거나 흐름에 맡겨 둘 것이오,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와 같으니
칼로 자르든 향을 바르건 무슨 상관이 있으랴.

050.

사람의 정(정)이란 꾀꼬리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면 싫어하고,
꽃을 보면 가꾸고 싶어하고
잡초를 보면 이것을 뽑아버리고자 하나니,
이것은 다만 외적인 형체와 기질로써 사물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만일 마음의 본바탕으로 이를 본다면
그 무엇이 스스로 울리는 하늘의 소리가 아니며,
스스로 그 삶의 뜻을 펴는 것이 아니리오.

051.

머리털이 빠지고 이가 성김은
헛된 육신이 시들어 감이니 세월에 맡기라.
새는 노래하고 꽃은 웃으니
본 마음바탕의 한결같음이여

052.

마음속에 욕심이 가득한 사람은
차가운 연못에서 물결이 끓어오르는 것과 같아서
산 속에서도 그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텅 빈 사람은
혹심한 더위에도 서늘한 기운이 일어
시장거리에 있어서도 그 시끄러움을 알지 못하니라.

053.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잃게 되나니
그러므로 부유한 것은 가난함 속에서
근심걱정 없는 것만 못하고,
높은 데를 걷는 사람은 곧 넘어지나니
그러므로 고귀한 것이 가난하면서도
언제나 편안함에 머물러 있는 것만 못하니라.

054.

새벽에는 창가에서 책을 읽다가
소나무 이슬로 붉은 먹을 갈고,
한낮에는 책상 앞에 앉아 불경을 담론하다가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려오는 풍경소리를 듣노라.

055.

꽃이 화분 안에 있으면 마침내 생기가 없어져 가고
새가 새장 속에 들면 곧 자연스러운 맛이 덜어지나니,
그것은 산 속의 꽃과 새가 한데 아름답게 어울려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한없이 스스로 즐거워함만 못하니라.

056.

세상 사람들이 너무 자신의 몸에만 집착하여
나라는 그것만이 참된 것으로 아는 까닭에
온갖 좋고 싫음과 번뇌가 끝없이 일어난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나 있음도 또한 알지 못하는데
어찌 물건 귀한 것을 알겠는가”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 몸이 나 아님을 안다면
어찌 번뇌가 다시 침입하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이는 참으로 핵심을 꿰뚫은 말이로다.

057.

늙은이의 눈으로 젊음을 바라보면
바쁘게 달리며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어질 것이요,
영락하여 영화롭던 시절을 돌아본다면
번잡하고 화려한 생각을 끊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058.

사람의 인정과 세상살이는 순식간에
만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니,
너무 지나치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라.
소강절(소강절)선생이 이르기를
“지난 날 내 것이라고 하던 것이
오늘은 도리어 저 사람의 것이 되었으니,
알 수 없구나.
오늘 나의 것이 또 내일이면 누구의 것이 될 것인지“라고 하였으니
사람이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가슴속의 무거운 짐을 풀어놓을 수 있게 되리라.

059.

아무리 바쁜 중에라도
한 번씩 냉정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많은 괴로운 생각들을 줄일 수 있으리라.
어렵고 쓸쓸한 처지에 놓여서도
하나의 뜨거운 마음을 지닌다면
문득 많은 참다운 취미를 얻게 되리라.

060.

한편에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다른 한편에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게되고,
한편에 좋은 광경이 있으면
곧 다른 한편에 좋지 못한 광경이 있게되니,
오로지 집에서 먹는 평범한 식사와
벼슬 없는 생활이 안락한 보금자리로구나.

061.

발을 높이 걸고 난간에 기대어
푸른 산, 푸른 물이 구름과 안개를 머금었다가 토하는 것을 보며
천지의 본래 자유스러운 맛을 알고,
대숲 우거진 곳에 제비가 새끼치고
산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냥 그렇게 계절이 오가는 것을 느끼며 살다보니
너와 나 모두를 잊었구나.

062.

이룬 일은 반드시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알면
이루려는 마음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을 것이고,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살아가는 일에 지나치게 애쓰지 않게 되리라.

063.

옛날 덕 높은 스님이 이르기를
“대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에 비춰도 물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했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물살이 아무리 빨라도 그 언저리는 늘 조용하고,
꽃잎이 난분분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고 하였으니,
사람이 늘 이런 뜻을 가지고 사물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어찌 자유롭지 않으랴.

064.

숲 사이의 솔바람 소리,
바위틈을 흐르는 샘물 소리를 고요히 듣고 있노라면
그것이 천지 자연의 자연스러운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풀숲의 안개 빛, 물 속의 구름 그림자를
한가로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천지의 으뜸가는 글임을 알 수 있다.

065.

망하여 한 나라의 도읍이 폐허가 되어버린 것을 보면서도
천하를 다투며 오히려 날카로운 칼날을 자랑하고,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 차지가 될 것인데도
늘 황금만을 아까워하니, 옛말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차라리 굴복시킬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 어려우며,
골짜기는 차라리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가 어렵다“한 것은 옳은 말이로다.

066.

마음 밭에 흔들림이 없으면
어느 곳이나 다 푸른 산과 물이고,
타고난 본 성품 중에 덕을 기른다면
이르는 곳마다 물고기 뛰고
솔개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067.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고 가벼운 도롱이에 작은 삿갓을 쓰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그 삶을 바라보며 탄식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아무리 좋은 집에서 사는 부자라도,
성긴 발을 드리우고 깨끗한 책상을 앞에 놓고
청정하고 고요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한번 만나면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란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소꼬리에 불을 붙인 것처럼 남들을 몰아치고
바람난 암말처럼 사람들을 유인할 줄은 알면서도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아가려 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068.

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치지만 물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하나니,
만일 이 이치를 안다면 사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법칙 속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069.

무너진 섬돌에서 여우가 잠들고
황폐해진 대궐 터를 토끼가 달리니,
이 곳이 다 지난날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요.
국화에 이슬이 내려 차고
안개는 시든 풀 속에 어지러이 감도니
이곳이 다 그 옛날 전쟁터로다.
번성하고 쇠퇴함이 어찌 늘 한결같을 것이며
강하고 약함이 그 어디에 있으랴.
이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싸늘하게 식은 재같이 되는구나.

070.

영화로움과 욕됨에 놀라지 아니하여
한가로이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며,
가고 머무름에 뜻을 두지 않고
무심히 하늘 밖에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을 바라보노라.
맑은 하늘과 밝은 달에 하늘 어딘들 날아오르지 못하랴마는
부나비는 저 홀로 촛불에 몸을 던지고,
맑은 샘 푸른 풀 무엇인들 마시고 먹지 못하랴마는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를 즐기는구나.
아, 이 세상에 부나비나 올빼미 같지 않는 이
그 몇이나 되리오.

071.

강을 건너고 나면 나룻배가 소용없으니
그 배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일없는 한가한 도인(도인)일 것이나,
만일 나귀를 타고 있으면서도 또다시 나귀를 찾는다면
마침내 깨닫지 못한 선사(선사)가 되리라.

072.

사람들이 모두 권세와 부귀를 찾아
용처럼 다투고 범처럼 싸우지만,
이것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개미가 비린 것에 모여들고
파리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다름없다.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이해득실이 고슴도치 바늘처럼 일어서듯 함을
냉정한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것들은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듯 스러질 것이다.

073.

물질에 얽매여 살다보면 삶이 애달픈 것을 깨닫게 되고,
참다운 성품 속에 머물러 살면 우리 삶이 즐거운 것을 깨닫게 되리니,
그 애달픔을 알면 때묻은 마음이 곧 없어질 것이요,
그 즐거움을 알면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이를 것이다.

074.

가슴속에 작은 물욕도 없으면
집착은 마치 눈이 화롯불에 녹듯이 녹고
얼음이 햇빛에 녹는 것과 같으리라.
눈앞에 한 줄기 밝은 빛이 스스로 있으면
달은 푸른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는 물 속에 있음을 보게 되리라.

075.

다리를 지나다가 문득 떠오른 시(시)를   
나직이 읊조리매 숲과 골짜기의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고,
세속을 벗어난 맑은 흥취는 호숫가에 있으니
홀로 걷노라면 산과 물이 서로 비추네.

076.

오래 엎드려 날 준비를 한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지나니,
이것을 안다면 발 헛디딜 근심을 면할 것이요,
초조한 생각을 없앨 수 있으리라.

077.

나무는 뿌리만 남은 뒤에야
비로소 꽃과 잎사귀가 부질없는 화려함이었음을 알게 되고,
사람은 죽어서 관 뚜껑을 덮은 뒤에야
비로소 자손과 재물이 무익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니라.

078.

참다운 비어있음은 비어있음이 아니니,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참이 아니고
형상을 부수는 것도 또한 참이 아니다.
묻노니 세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셨는가.
“속세에 있으면서 속세를 벗어나라” 하셨으니,
욕정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정을 끊음도 역시 괴로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을 닦고 몸을 잘 다루어야 하리라.

* 반야심경 - 색즉시공 공즉시색

079.

뜻을 가진 사람은 천만금을 사양하고
탐욕한 사람은 한 푼의 돈을 가지고 다투나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의 차이지만
그러나 이름을 얻으려는 것 역시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를 바는 없구나.
천자는 나라를 다스리려고 마음을 애태우고
거지는 한끼의 밥을 구걸하려고 애타게 소리치니,
그 직위는 하늘과 땅의 차이로되
그 애태우는 마음과 목소리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080.

세상의 쓴맛과 단맛을 다 알고 나면
손바닥 뒤집듯 하는 세태가 눈뜨고 보기도 싫어지고,
사람의 정을 모두 다 알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소라고 부르든 말이라고 부르든
부르는 대로 따라서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다.

081.

오늘날 사람들이
오로지 생각이 없는 상태의 경지에 도달하려고 애쓰지만
끝내 그 경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니
다만 지나간 생각에 집착하여 남겨두지도 말고
앞으로의 오는 생각도 맞아들이지 말며,
오로지 현재의 인연을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간다면
자연히 점점 생각이 없는 경지로 들어갈 수 있게 되리라.

082.

우연히 뜻이 들어맞아야 참다운 기쁨을 느끼고,
모든 물건은 천연 그대로의 모습일 때 참 기틀을 만나게 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인위적인 손길을 가하면
그 참 모습이 줄어들게 된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말하기를
“뜻은 일없이 흘러갈 때 가장 즐겁고,
바람은 자연스럽게 불 때 가장 맑다“고 하였으니
진실로 의미있는 말이로구나.

083.

천성이 맑으면 배고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시더라도 심신을 건강하게 기르지 않음이 없으나,
마음이 물욕에 빠져 어지러우면
비록 선(선)에 대해 담론을 나누고 게송을 강론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모두 맑은 넋을 우롱하는데 그치는 짓일 뿐이다.

084.

사람의 마음에 하나의 진실한 경지가 있으면,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고요하고 즐거우며,
향 피우지 않고 차 끓이지 않더라도 저절로 맑고 향기롭다.
모름지기 생각을 맑게 하고 마음을 비워서
외적의 물질의 형태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그 때 비로소 아집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으리라.

085.

황금이 광석에서 나오고 옥이 돌 속에서 나오듯이,
참다운 깨달음(진여)도 꿈같은 현상계를 떠나서는 구할 수 없다.
죽림칠현이 취한 가운데서 노자(노자)의 도를 얻었고
도연명이 도화원기(도화원기)에서 꽃 속에서 신선을 만났다고 하지만
이런 것은 비록 운치는 있으되
현상계를 떠나서는 깨달음이 없다는 이치로 미루어 보면
속됨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086.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과
사람들 사이의 온갖 정과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깨닫지 못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어지럽고 각각 다르게 보이지만,
깨달은 사람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 같으니,
어찌 번거롭게 분별하며 취하고 버리겠는가.

087.

정신이 왕성하면 청빈하게 베 이불을 덮고 살아도
천지의 바르고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맛에 집착하지 않으면 명아주국과 보리밥을 먹고서도
인생의 담백한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088.

세속에 얽매임도 벗어남도 다 자신의 마음에 있으니,
마음을 깨달으면 푸줏간이나 술집도 극락정토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식물을 가꾸어 그 좋아함이 맑다 하더라도
악마같은 장애는 끝내 남아 있으리라.
옛말에 이르기를
“능히 마음을 쉴 수 있다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 하였으니,
아, 참다운 진리의 말씀이구나.

089.

비좁은 방에 살더라도 만가지 생각을 다 버린다면
당나라 시인 왕발(왕발)처럼
“단청(단청)올려 높이 솟은 들보에 구름이 날고
구슬로 꿰어만든 발 걷어 올려 비를 내려다본다“고 말해 무엇하리요.
석 잔 술 마신 후에, 한 참된 마음 저절로 얻는다면
오직 달빛 아래 소박한 거문고 비껴 타고
작은 피리 불어 바람에 읊조릴 줄만을 알지니라.

090.

만물의 소리 적적한 가운데
문득 한 마리의 새 울음소리 듣노라면
온갖 그윽한 멋이 일어나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뒤에
문득 한 가지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음을 보면
무한한 생기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나니,
이것으로 본마음은 언제나 메말라 있지 않고
정신의 활동은 사물에 접해서 일어남을 알지니라.

091.

백낙천(백낙천)이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놓아버리고
눈감고 절로 되는대로 맡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고,
송나라 사람 조보지(조보지)는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거두어 움직이지 아니하여
선정(선정)으로 돌아감만 못하다“고 하였으니,
놓아버리면 방종으로 흘러 미치광이가 되기 쉽고
거두면 따분하고 생기가 없는 곳으로 들어가나니,
오직 몸과 마음을 잘 다루는 사람만이
그 자루를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아서
거두고 놓음을 마음대로 할 것이다.

092.

눈 내린 밤 달 밝은 하늘을 대하면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봄바람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뜻 또한 절로 부드러워지나니,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융합하여 간격이 없구나.

093.

글은 서툴러 보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고
도는 서투름으로써 이루어지나니,
이 서툴러 보인다는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일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밭에서 닭이 운다”고 하면 그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차가운 연못에 달이 비치고 고목에서 까마귀 운다”고 하면
비록 다듬은 기교는 있지만 그 가운데
문득 쓸쓸한 기운이 있음을 느끼게 될 뿐이다.

094.

내가 외부의 사물을 부리는 사람은
얻었다하여 기뻐하지 않고, 잃었다 하여 근심하지 않으니
이것은 온 세상이 그의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사물로써 자신을 부리는 사람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미워하고 순조로운 일에만 애착을 가지니
이것은 털끝만한 일에도 그곳에 자신을 얽어매기 때문이니라.

095.

본체가 없으면 현상도 없으니,
현상을 버리고 본체만 잡으려고 집착하는 것은
그림자 없이 형체만을 남겨두려고 하는 것과 같고,
마음이 없으면 경계도 없으니,
경계를 버리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것은
비린 것을 모아 놓고 쉬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으니라.

096.

은거하는 사람의 맑은 흥취는 모두 유유자적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을 기쁨으로 하고,
바둑은 다투지 않는 것을 이김으로 하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을 적당하다고 하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을 고상하다고 하며,
만남은 기약하지 않는 것을 참되다고 하고,
손님은 마중하거나 배웅하지 않는 것을 편안함으로 삼는다.
만약 한번 겉치레에 사로잡히고 형식에 얽매인다면
문득 속세의 고해에 떨어지고 말리라.

097.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고,
또한 죽은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한다면,
온갖 생각이 재처럼 싸늘하게 식고
한 조각 본성만이 고요히 남아,
저절로 외부의 사물에 초연하여
천지만물이 생기기 이전의 경지에서 놀 수 있으리라.

098.

병이 든 뒤에야 건강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어지러움에 처한 뒤에야 평화가 복된 줄 아는 것
이것은 일찍 아는 지혜가 아니다.
복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되는 줄을 알고,
탐내는 것이 죽음의 원인이 되는 것임을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탁월한 지혜일지니라.

099.

연극배우가 얼굴에 분 바르고 연지 찍어
곱고 미운 것을 붓끝으로 흉내내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고 나면
그 곱고 미운 것은 어디에 있으며,
바둑 두는 사람이 흑백으로 앞과 뒤를 다투어
바둑돌로 승패를 겨루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돌을 거두면 그 승패는 어디에 있는가.

100.

바람과 꽃의 깨끗함과 눈과 달의 맑음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이들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물과 나무의 풍성함과 말라버림과
바위 사이 대나무의 자람과 사라짐은
오직 한가로운 사람만이 그 권리를 쥘 수 있다.

101.

시골 사람들은 닭 안주와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곧 흔연히 기뻐하지만 훌륭한 요리를 말하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에 대해 이야기하면
슬며시 즐거워하지만 비단옷에 대해 물으면 이를 알지 못한다.
그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이 담백한 것이니,
이 얼마나 이상적인 삶인가.

102.

마음에 사사로운 마음이 없다면 무슨 살필 마음이 있으리오.
부처님께서 마음을 보라고 한 것은 오히려 그 장애를 더할 뿐이다.
만물은 본래 한 물건인데 어찌 가지런함을 기다릴 필요가 있으랴.
장자가 물건을 가지런히 한다고 한 것은
스스로 차별을 두어 같은 것을 갈라놓는 것이니라.

103.

피리와 노래 소리 한창 무르익을 때
문득 옷소매 떨치고 멀리 가 버림은 마치 깨달은 사람이
벼랑에서 손을 놓고 거니는 것과 같아서 부러운 일이나,
시간이 이미 다했는데도 오히려 쉬지 않고 발길을 가는 것은
마치 속인이 고해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이 우스울 뿐이로다.

104.

마음을 아직 붙잡지 못했다면 번잡한 속세를 떠나
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어지럽게 하지 않음으로써 고요한 본바탕을 맑게 할 것이요.
마음을 이미 굳게 잡았거든
다시 마땅히 번잡한 속세에 발길을 섞어,
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나는 것을 보아도
또한 어지럽지 않게 하여
내 마음의 원만한 기운을 길러야 할지니라.

105.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사람을 피하여 조용함을 구하나니,
이처럼 뜻이 사람 없음에 있다면 이는 곧 자아에 집착함이 되고,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기틀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보고
움직임과 고요함 둘 다 잊어버리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랴.

106.

산에 살면 가슴속이 맑고 깨끗하여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에 노는 한가로운 학을 보면
세속을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때묻은 마음을 깨끗이 씻고자 하는 생각이 들고,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솟아나고,
모랫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하면
번거로운 마음이 없어진다.
그러나 만일 한 번 세속에 뛰어들어가게 되면
외부의 사물들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도 또한 쓸데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107.

때로 흥이 일어나 아름다운 풀밭 사이를
맨발로 한가로이 거니노라면
들새도 나를 겁내지 않고 때때로 벗이 되어 주고,
경치가 마음에 들어 떨어지는 꽃 아래
옷깃을 헤치고 우두커니 앉아 있노라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한가롭게 머무네.

108.

인생의 복과 재앙은 모두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하기를
“이익에 집착하는 마음에 불이 붙으면 이것이 곧 불구덩이요,
탐욕과 사랑에 빠지면 이것이 곧 고해가 된다.
한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뜨거운 불길도 연못이 되고,
한 생각을 깨달으면 배는 저 언덕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렇듯 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는 법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109.

새끼줄로 톱질하여도
오래하면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로도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구하여야 한다.
물이 모이면 시냇물을 이루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나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모든 것을 하늘에 내맡겨야 하느니라.

110.

마음을 쉬면 문득 달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어오나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면 저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산을 그리워하여 찾을 것까지야 있으랴.

111.

초목은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계절은 비록 추위로 얼어붙는 겨울이라 해도
그 속에서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늘 주(주)가 되니,
가히 그로써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느니라.

112.

비 갠 뒤에 산 빛을 보면
경치가 다시 새롭고 아름다워진 것을 깨닫게 되고,
고요한 밤에 종소리를 들으면
그 울림이 더욱 맑고도 높구나.

113.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맑게 흐르는 물을 보면 사람의 뜻이 깊어지느니라.
눈비 오는 밤에 책을 읽으면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에 올라 시를 읊노라면 시의 흥취가 높아지느니라.

114.

마음이 넓으면 아무리 많은 재물도
질그릇과 같아 보이고,
마음이 좁으면 한 올의 머리카락도
수레바퀴같이 크게 보이느니라.

115.

바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천지의 조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욕망과 인정과 싫고 좋음이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체가 되어 외부 물질들을 부리고
외부 물질들의 부림을 받지 않는다면,
욕망과 인정과 좋고 싫음도 하늘의 기운이 아님이 없고,
세속적인 인정도 곧 도의 경지가 될 것이다.

116.

몸으로 자기의 한 몸을 온전히 깨달은 사람은
만물을 만물에게 돌려줄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능히 속세에서도 속세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

117.

사람은 너무 한가하면 잡념이 슬며시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선비는 항상 몸과 마음에 근심을 지녀
잡념을 경계하고 풍월의 멋 또한 즐기지 않을 수 없느니라.

118.

사람의 마음은 종종 흔들림으로써 진심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만일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 맑고 고요하게 앉아있다면,
구름이 일어나면 구름따라 흘러가고,
빗방울이 떨어지면 빗방울과 같이 서늘하게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즐겁게 마음에 맞이하고,
꽃이 지면 그 지는 모습에서 깨달을 것이니
어디인들 참다운 경치가 없으며,
무엇엔들 참다운 기운이 스며있지 않겠는가.

119.

자식이 태어나면 그 어머니가 고단하고
돈자루가 쌓이면 도둑이 엿보나니
그 어떤 기쁨인들 근심이 아니랴,
가난은 아껴서 절약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병이 들면 몸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하니
그 어떤 근심인들 기쁨이 아니랴,
그러므로 깨달은 사람은 순조로움과 고단함을 하나로 보며
기쁨과 근심을 모두 잊어버리느니라.

120.

귀는 세찬 바람이 골짜기에 메아리를 울리는 것과 같으니
지나간 뒤에 메아리가 머물지 않게 하면 시비도 함께 물러가리라.
마음은 밝은 달이 연못에 비추어져 잠겨 있는 것과 같으니,
텅 비어 집착하지 않으면 곧 나와 나 아닌 것을 모두 잊으리라.

121.

세상 사람들이 부질없는 것들을 바라는 마음에 얽매여
이 세상을 걸핏하면 티끌 같은 세상이고 고통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흰구름 피어나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우뚝하며,
꽃들이 새들의 웃음을 맞이하고
골짜기가 나무꾼의 노래에 화답하는 것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이 세상은 티끌도 아니며 고통의 바다도 아니건만.
다만 저들 스스로 그 마음에 티끌이라 하고 고통이라 하는 것이다.

122.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셨을 때 그 속에 멋이 있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뻑 취하는 데에 이르면 도리어 추해지나니,
절정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것을 생각해야 하리라.

123.

산나물은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고,
들새는 기르지 않아도 절로 자라지만,
산나물의 맛은 향기롭고 들새소리는 맑기만 하다.
우리도 능히 세상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 품격이 세속과 멀리 떨어져 각별하지 않겠는가.

124.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학을 즐기고 물고기를 바라보더라도,
모름지기 무엇인가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만약 헛되이 그 대상에 빠져서 물건의 화려함만을 즐긴다면,
그것은 유교의 구이지학이요, 불교의 완공일 뿐이니,
무슨 참 된 맛이 있으리오.

* 구이지학;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귀로 들은 것을
            그저 입으로만 주워 섬기는 학문
* 완공; 세상만물을 일체 공으로 보는 소승불교의 입장

125.

산 속에 사는 선비는 청빈하게 살지만
고상한 멋은 저절로 넉넉하고,
들판의 농부는 거칠고 소박하지만
천진스러움을 모두 지니고 있나니.
만약 한 번 몸을 잃어 저자거리의 거간꾼이 된다면,
차라리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 죽을지언정
몸과 마음이 오히려 깨끗함만 같지 못하리라.

126.

분수에 넘치는 복과 까닭 없는 소득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면 곧 인간 세상의 함정이니,
이런 때 사람이 눈을 밝게 하여 살피지 않으면
그 술책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드물지니라.

127.

인생은 원래 한갓 꼭두각시놀음에 불과할 뿐이니,
모름지기 그 근본 뿌리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나니라.
한 가닥의 줄도 흐트러지지 않아서
당기고 늦추는 것이 자유로워야
가고 머무는 것이 모두 다 나에게 있게 되나니,
털끝만큼이라도 남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면
문득 이 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128.

한 가지 좋은 일이 생기면 한 가지 나쁜 일이 생기나니,
그러므로 천하는 늘 일없는 것으로 복을 삼는다.
옛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일랑 말하지 마소,
한 사람이 공을 이룸에 만 사람의 뼈가 마른다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천하가 항상 평화롭기만 한다면
칼이 천 년을 갑 속에서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하였으니,
비록 영웅의 마음과 용맹스러운 기상이 있을지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얼음과 눈이 되어 사라지리라.

129.

음란한 아녀자가 극단에 이르면 여승이 되기도 하고,
세상일에만 열중하던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불문에 들어가니,
깨끗한 불문이 음사의 소굴이 됨이 이와 같으니라.

130.

세상을 태우는 불길이 집안으로 조여가도
집 안 깊은 곳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집 밖에서 이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고,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 옳바른 사람을 매도할 때
그 자리에 있으나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경계할 줄 모르지만
깨달음을 얻어 자리 밖에 있는 사람들은 혀를 차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은 비록 일 속에 파묻혀 있을지라도
마음은 모름지기 일 밖에 초월해 있어야 하느니라.

131.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든 덜면 곧 그만큼 벗어난다.
만일 사귐을 덜면 그만큼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곧 그만큼 허물이 줄어들고,
생각을 덜면 곧 그만큼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함을 덜면 곧 그만큼 본성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니,
사람이 날마다 더는 것을 구하지 않고
날마다 더함을 구함은 자신의 생명을 속박하는 짓이니라.

132.

천지 운행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피하기 어렵고,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피하기 쉬워도
내 마음의 변덕스러움은 버리기 어렵구나,
이 마음의 변덕스러움을 버릴 수만 있다면
가슴 가득 모두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하여
가는 곳마다 봄바람처럼 마음이 순조롭고 즐거우리라.

133.

좋은 차(다)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차 주전자 마를 일없고,
향기로운 술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술 단지 또한 비어 있는 일이 없구나.
꾸밈없는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늘 고르고,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저절로 맞나니,
비록 복희씨는 뛰어넘기 어려워도
가히 죽림칠현과는 벗 할 수 있으리라.

134.

불교에서 말한
“세상의 모든 일은 모두 인연따라 이루어진다”는 수연(수연)과
유교에서 말한
“자기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소위(소위),
이 네 글자는 바다를 건너가는 구명대(부낭)이다.
대개 세상 길은 아득하여
한 생각에 완전함을 구한다면
곧 만 갈래 마음의 실타래가 어지러이 일어나나니,
자기의 인연과 처지에 따라서 편하게 살면
곧 이르는 곳마다 안심입명(안심입명)을 얻지 못함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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