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웅*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여 년 전 학회 참석차 하와이에 갔을 때 노숙자가 많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 홈리스들은 동부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서부로 이동했다가 결국에는 얼어 죽을 일 없는 따뜻한 하와이로 넘어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노숙자가 많다고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복지가 매우 잘 되어 있다는 데 있죠.
유전과 생활환경이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삶을 살아가는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들 역시 중독의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생부터 시작해 30년간 800여 명을 추적 관찰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예상과 달리 어떤 아이들은 사회적 성취와 안정적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고 합니다.
가족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이 아니라 “중독”이라고 하는데요, 술, 약, 욕설, 도박 등의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부모처럼 중독의 삶을 이어가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었던 배경은 국가의 탄탄한 복지 지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부모와의 분리
학대와 방임을 일삼고 아이에게 돈을 벌어오라 다그치며 계속 무엇인가 요구했던 부모와의 분리, 정서적·신체적 안정 제공
2. 롤모델을 찾아 닮으려고 노력하기
부모를 대신할 롤모델 선택을 유도하여 좋은 어른의 긍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제공
학교 선생님, 동네 책방주인, 상담 선생님, 만나보지도 못한 책의 저자 등을 롤모델로 하여 ‘나는 이 사람처럼 될 거야’를 스스로 결정
3. 자기만의 스트레스 대처방식 찾기
운동, 봉사, 기부, 명상, 반려 동식물 키우기, 여행, 배움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할 힘을 길러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유도
우리도 부모가 나에게 바라는 것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채고 부모의 마음과 내 마음을 분리함으로써 유전과 환경을 통해 형성된 좋지 않은 성격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자기만의 스트레스 대처방식을 만들어야 할 텐데요, 보고 자란 것이 아는 것의 전부인 상태에서 자기만의 스트레스 대처방식을 찾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죠.
음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들은 그러한 행동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이를 먹으며 자신도 모르게 부모를 닮아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경계하고 나만의 스트레스 대처법을 찾아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해서는 다음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1. 정체성에 관한 탐구 (다양한 관계와 업무 경험, 선택과 책임의 경험)
생존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춘 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은 탐색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를 맺고, 많은 업무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려면 깊은 연애를 해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데요, 연애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내가 원하는 일과 사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알아내고,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만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계속 만나게 되는 사람이 많다면 인생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도록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3. 타인중심의 삶에서 자기중심의 삶으로
타인중심의 삶에서 자기중심적인 삶으로 바꾸되 배려를 잊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