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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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수사(Rhetoric)는 국가의 금고가 얇아질수록 화려해지는 법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로 시작된 금융위기의 먼지가 채 가라앉지 않은 잿더미 속에서,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의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는 마치 구원처럼 등장했다. '시민의 힘으로 다시 서는 위대한 영국.' 얼마나 달콤하고 웅장한가. 하지만 그 화려한 포장지를 한 꺼풀 벗겨보면, 거기엔 그저 '돈이 없다'는 차가운 현실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빅 소사이어티'는 철학이 아니라, 절박한 경제 상황이 낳은 고육지책(苦肉之策)에 붙인 이름표에 불과했다. 국가는 더 이상 당신들의 학교, 병원, 도서관을 예전처럼 책임져 줄 수 없으니, 이제 이웃끼리 힘을 합쳐 알아서 해결하라는 '책임 전가'의 다른 말이었다. 물론 "정부 예산을 삭감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시민 여러분께 권력을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듣기 좋다. 이는 직원을 해고하면서 '자기계발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고 포장하는 기업의 언어와 정확히 닮아있다.

  캐머런(David Cameron)은 영리했다. 그는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남긴 상처를 알고 있었다. "사회란 없다. 오직 개인과 가족만 있을 뿐"이라며 공동체를 해체하고 무한경쟁의 시대를 열었던 대처의 방식은, 이미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 뒤였다. 캐머런은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라는 대처의 유령을 소환하되, '공동체'와 '자선'이라는 따뜻한 가면을 씌웠다. 결국 국가가 하던 일을 시장과 개인에게 넘긴 것이 대처리즘이라면, 그것을 시민사회와 자원봉사자에게 넘긴 것이 '빅 소사이어티'다. 가는 길은 같았지만, 안내 방송의 멘트만 바꾼 셈이다.

  결국 한 국가의 방향키를 쥐는 것은 지도자의 숭고한 정치 철학이 아니라, 그 시대가 마주한 냉혹한 경제적 현실이다. '빅 소사이어티'라는 거창한 담론의 진짜 저자는 데이비드 캐머런이 아니라, 2008년의 텅 빈 재정 보고서였다. 정치는 결국 경제라는 캔버스 위에서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숙명을 지녔다.

  결국 '큰 사회(Big Society)'라는 처방전은 무엇을 남겼는가. 시민들은 정말로 더 큰 힘을 갖게 되었나, 아니면 국가가 내팽개친 공공서비스의 구멍을 메우느라 녹초가 되었나. 확실한 것은 하나다. 그럴듯한 철학의 이름으로 발행된 청구서는, 결국 그들이 '주인'이라고 치켜세웠던 평범한 시민들의 주머니로 날아들었다는 사실이다. '큰 사회'는 때로 '큰 짐'의 동의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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