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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거' 이야기, 토인비 홀

 

  1880년대 영국 런던. 세상의 부가 모두 모인 듯한 화려한 도시였지만, 그 속에는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있었습니다. 웨스트엔드의 귀족들이 파티를 즐기는 동안, 이스트엔드의 노동자들은 연기 자욱한 공장과 비좁은 집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보다 더 지독한 현실이었죠. 당시 명문대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학생들은 가끔 빈민가에 와서 빵을 나눠주거나 돈을 적선했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선행'의 전부였습니다.

  그때, 런던 동부의 가난한 교구에서 일하던 한 목사가 기발하고도 당돌한 생각을 합니다. 그의 이름은 사무엘 바네트. 그는 생각했습니다. "진정으로 그들을 돕고 싶다면, 돈을 던져줄 게 아니라 아예 이사를 와서 '이웃'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멀리서 동정하지 말고, 곁에서 함께 살자.'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습니다. 바네트 목사는 1884년,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한복판에 낡은 저택을 빌려, 대학생들이 이사와 빈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 한 젊은 학자의 이름을 붙입니다. 바로 아놀드 토인비.

  아놀드 토인비는 노동 문제 해결에 뜨거운 열정을 가졌던 옥스퍼드의 천재 경제사학자였습니다. 그는 계급의 벽을 허물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서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죠. 바네트 목사는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가 꿈꾸던 세상을 실현할 이 집의 이름을 '토인비 홀(Toynbee Hall)'이라 지었습니다. 청년의 꿈이 서린 집, 그렇게 인류 최초의 인보관(Settlement House)은 문을 열었습니다.

  토인비 홀에 입주한 명문대 학생들은 주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법률 상담을 해주었으며, 함께 미술을 감상하고 연극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그 반대편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은 책에서만 보던 빈곤이 얼마나 끔찍한 현실인지 피부로 깨달았고, 노동 문제의 진짜 원인을 현장에서 배우게 된 것입니다.

  '가르치러 갔다가 오히려 배우고 돌아온다.' 토인비 홀은 일방적인 '자선'이 아닌, 서로의 삶을 배우는 '쌍방향 연대'의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생활했던 젊은이들은 훗날 영국의 총리(클레멘트 애틀리)가 되고, 사회 개혁가가 되어 최저임금제, 실업보험 등 수많은 복지 정책의 초석을 놓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바다를 건너 미국 시카고의 한 여성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제인 애덤스. 토인비 홀을 방문한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가 그 유명한 '헐 하우스(Hull House)'를 세우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뉘어 있진 않나요? 토인비 홀의 이야기는 1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진정한 이해와 변화는 멀리서 보내는 동정이 아니라, 곁을 내어주는 따뜻한 연대에서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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