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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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이라는 눈가리개: '빅 소사이어티'가 숨긴 진짜 의도

 

누가 '투명성'을 싫어하겠는가? 정부가 학교 성적, 병원 대기 시간, 범죄율 같은 데이터를 전부 공개해 우리 삶을 더 똑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데이비드 캐머런의 '빅 소사이어티'가 내건 '투명성'이라는 깃발은 언뜻 보기에 더없이 민주적이고 진보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깃발 뒤에는, 공공서비스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치밀한 설계도가 숨어 있었다. '빅 소사이어티'의 투명성은 시민의 눈을 밝히는 등불이 아니라, 교묘하게 진실을 가리는 '눈가리개'에 가까웠다.


 

1단계: 시민을 '소비자'로 만들기

 

정부가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는 순간, 시민과 국가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질된다. 우리는 더 이상 국가로부터 보편적인 서비스를 '보장받는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시장에 널린 상품 정보를 비교 분석하여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소비자'가 된다.

"A 병원의 수술 성공률은 85%, B 병원은 92%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건강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십시오."

이 달콤한 속삭임은 국가가 져야 할 '보편적 의료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개인에게 교묘히 떠넘긴다. 국가는 이제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는 책임자가 아니라, 그저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로 전락한다. 만약 당신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나쁜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은 시스템의 실패가 아닌 '소비자'인 당신의 책임이 된다.


 

2단계: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

 

일단 시민이 소비자가 되고, 병원이나 학교가 경쟁해야 할 상품이 되면 그 다음 수순은 뻔하다. 바로 '시장화'와 '민영화'다.

모든 데이터가 공개된 시장에서는 당연히 '경쟁'이 발생한다. 공립학교는 사립학교와, 공공병원은 영리병원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 경쟁에서 뒤처진 공공기관은 '비효율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자연스럽게 '더 효율적인' 민간 기업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결국 '투명성'은 공공서비스라는 든든한 사회의 안전망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민간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던 것이다. 좋은 학교에 갈 권리,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는 이제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선택 가능한 상품'이 된다.


'빅 소사이어티'가 말한 투명성은 트로이 목마였다. 그 안에는 시민에게 권력을 주겠다는 약속 대신,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넘기려는 신자유주의의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그들이 보여준 데이터는 세상을 더 명확하게 보도록 돕는 창문이 아니라, 우리가 봐야 할 더 큰 진실을 가리는 교묘한 거울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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