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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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무게

1장: 경계선

이민지는 구청 복지정책과 신입 공무원이었다. 입사 3개월째, 그녀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같은 질문을 마주했다.

누구를 도와야 하는가?

오늘도 민원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70대 할머니, 30대 한부모 가정 엄마, 장애를 가진 청년. 모두가 도움을 청했다.

"제 소득이 기준보다 딱 5만 원 많대요. 그래서 안 된다고요?"

한부모 가정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지는 화면을 가리켰다.

"네, 죄송합니다. 절대적 소득 수준 기준으로는..."

"5만 원이요. 고작 5만 원 때문에 제 아이는..."

여성이 울먹였다. 민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날 저녁, 민지는 대학 은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건가요?"

"민지씨,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기억하나요?"

"네... 모두에게 주는 것과 선택해서 주는 것."

"그게 답입니다. 하나가 정답이 아니라, 둘 다 정답이죠. 문제는 언제, 어떻게 쓰느냐예요."

2장: 증서

3개월 후, 민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바우처 제도 개선 작업이었다.

"식품 바우처를 확대합니다. 저소득층에게 월 30만 원어치 식품 구매권을 지급합니다."

과장의 브리핑이 끝나자, 동료 재훈이 속삭였다.

"바우처? 그거 현실성 없어. 뒷골목에서 다 현금으로 바꿔."

"그래도 현금보다는 낫잖아. 최소한 술이나 담배는 못 사니까."

"넌 아직 몰라. 세상은 합법적으로만 안 돌아가."

민지는 답답했다. 현금급여의 자유와 현물급여의 통제, 그 사이 어딘가에 바우처가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했다. 하지만 현실은?

한 달 뒤, 민지는 현장 조사를 나갔다. 한 골목 구멍가게에서 그녀는 목격했다.

"아저씨, 이거 현금으로 바꿔줘요. 30만 원짜리인데 20만 원만 주면 돼요."

중년 남성이 식품 바우처를 내밀었다. 가게 주인은 익숙한 듯 현금 뭉치를 꺼냈다.

민지는 그 자리에 서서 얼어붙었다.

3장: 시민권

6개월째, 민지는 수혜자 선정 기준 개선 TF에 합류했다.

"거주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최소 5년은 살아야 연금 자격을 주는 게 맞습니다."

한 선임 공무원이 주장했다.

"그럼 3년 사신 분들은요? 그분들도 세금 냈는데."

민지가 반박했다.

"세금 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여가 중요한 겁니다. 충분히 기여한 사람에게만 주는 게 공정하죠."

"그럼 시민권은요? 그 지역에 사는 것 자체로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날 밤, 민지는 교과서를 다시 펼쳤다.

"보편주의는 시민권론에 기초한다. 모든 시민은 권리를 가진다."

"선별주의는 기여론에 기초한다. 기여한 만큼 받아야 한다."

민지는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옆에 썼다.

'둘 다 옳다. 그래서 더 어렵다.'

4장: 현금과 쌀

겨울이 왔다. 민지는 급여 형태 개선 프로젝트를 맡았다.

"현금으로 줍시까? 쌀로 줍시까?"

한 어르신이 민원실에서 물었다.

"어르신, 요즘은 현금으로 드리는 게..."

"나는 쌀이 좋아. 현금 주면 자식이 뺏어가거든."

민지는 멈칫했다. 소비자 주권선택의 자유. 교과서에는 현금급여가 최선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 할머니에게는?

일주일 후, 민지는 다른 사례를 만났다.

"쌀 주지 마세요. 쌀 줘봤자 팔아서 술 사 먹어요."

알코올 중독자 가족이 탄원서를 냈다.

민지는 책상에 앉아 생각했다.

현금을 주면? 자유롭지만 오용될 수 있다.
쌀을 주면? 안전하지만 낙인이 찍힌다.
바우처를 주면? 중간이지만 불완전하다.

정답이 없다.

5장: 할당

봄이 왔다. 민지는 직업훈련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했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20% 할당하겠습니다."

민지가 제안했다.

"그건 역차별 아닙니까?"

한 위원이 반대했다.

"아닙니다.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들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래도 능력으로 뽑아야죠. 그게 공정입니다."

"공정이 뭡니까?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게 공정인가요, 아니면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게 공정인가요?"

회의실이 또 조용해졌다.

그날 밤, 민지는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내렸다. 어떤 땅은 물을 머금었고, 어떤 땅은 물을 흘려보냈다.

복지도 그렇다.

같은 비가 내려도, 어떤 땅은 꽃을 피우고 어떤 땅은 메마른다.

6장: 참여

여름, 민지는 주민참여 복지정책 워크숍을 기획했다.

"여러분이 직접 복지 정책을 제안하세요."

50명의 주민이 모였다. 노인, 청년, 장애인, 한부모 가정.

"저는 교육 바우처를 늘려주세요."
"저는 현금으로 주세요."
"저는 공공일자리를 만들어주세요."

모두가 다른 말을 했다. 민지는 정리했다.

"여러분의 의견을 모두 듣겠습니다. 그리고 정책에 반영하겠습니다."

한 청년이 손을 들었다.

"그거 진짜 반영돼요? 아니면 그냥 듣는 척만 하는 거예요?"

민지는 답했다.

"제가 보장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정책이 됩니다. 이게 바로 뉴 거버넌스입니다."

3개월 후, 그 약속은 지켜졌다. 주민 제안 중 40%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었다.

7장: 선택의 무게

가을, 민지는 1년차 공무원이 되었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복지에는 정답이 없다.

보편주의는 옳다.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다.
선별주의도 옳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현금급여는 옳다. 자유를 보장한다.
현물급여도 옳다. 오용을 막는다.

바우처는 옳다. 둘을 절충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그날 저녁, 민지는 다시 은사님께 전화했다.

"교수님, 저는 답을 찾았어요."

"어떤 답?"

"정답은 없다는 답이요.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는 답이요."

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게 답입니다, 민지씨.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게 복지입니다."

에필로그: 9강의 끝에서

겨울이 다시 왔다. 민지는 2년차가 되었다.

오늘도 민원실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할머니, 엄마, 청년.

민지는 이제 안다.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주지 않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를 위한 길을 찾을까가 질문이다.

거주 기간기여소득 조사근로 능력전문적 판단.
수많은 기준들이 있다.

현금현물바우처사회적 기회참여.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

중요한 건 하나다.

끝까지 고민하는 것.

민지는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았다. 새로운 정책 제안서를 열었다.

제목은 이렇게 썼다.

"선택의 무게를 견디는 복지: 보편과 선별의 조화를 향하여"

창밖으로 눈이 내렸다. 하얀 눈송이들은 차별 없이 모든 땅에 쌓였다.

민지는 미소 지었다.

복지도 저래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사회복지정책론 제9강 "사회복지 정책의 설계: 할당과 급여"의 핵심 개념들을 담았습니다.

녹아든 핵심 개념:

  •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민지와 동료들의 끝없는 논쟁
  • 수혜자 선정 기준: 거주 여부, 기여, 소득 조사, 근로 능력
  • 급여 형태: 현금급여, 현물급여, 바우처(증서)
  • 시민권론 vs 기여론: 권리와 의무의 균형
  • 소비자 주권과 시장의 실패: 이론과 현실의 괴리
  • 낙인 효과: 복지 수혜자가 느끼는 치욕감
  • 뉴 거버넌스: 시민 참여를 통한 정책 형성
  • 사회적 기회: 할당제를 통한 기회 제공

복지 정책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복지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이 소설이 그 여정의 무게와 의미를 조금이나마 전달했기를 바랍니다.

  • ?
    찰스배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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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게으른돼지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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