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정신의학과 전문의]
아이에게 화내고 후회하는 나는 나쁜 엄마인가요?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엄마들한테 “왜 그러셨어요?”라고 여쭤보면 딱 첫 마디가 “참, 애가 나를 힘들게 하네요.” 그 생각부터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 속마음을 좀 들여다보잖아요. 자기 인생에 만족스럽지 않고 힘든 거예요. 거기에 아이가 탁 엄마를 자극한 거죠. 우유를 쏟거나, 성적을 잘못 받아오거나, SNS 하지 말랬는데 집에서 몰래 하다가 들키고. 그 때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애가 밥을 안 먹어요. 엄마 입장에서 굉장히 화나고 짜증이 난단 말이죠? 이 속마음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우리가 들어가서 볼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정성스럽게 밥을 준비했는데 아이가 안먹어요. ‘이렇게 내 노력을 몰라주는구나.’ 서운하죠. 또 아이가 음식을 안 먹으면 이걸 치우고 또 다른 걸 또 해서 먹여야 해요. 진짜 하루 종일 밥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내 인생에 밥하고 청소, 빨래하고. 이거의 연속인가?’ 반복되는 일상에 엄마도 힘든 거예요. 엄마 또한 사람이거든요.
나는 누군가 계속 케어하는 존재인데, 나도 케어를 받고 싶단 말이에요. 그런데 현재는 내가 계속 돌봐줘야 하는 어린 자식이 같이 있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고, 또 어느 한 감정이 또 격해져서 엄마도 화도 나고 짜증도 낸다는 거죠.
사실은 화남, 짜증, 그 속마음 안에는 여러 가지 깊은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가 날 때 잠깐 멈추고 스스로 물어보세요.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뭐야? 휴식이야? 인정이야?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이 좀 필요해?” 이거를 냉철하게 좀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보통은 힘들어서인 경우가 많아요. 꼭 엄마라는 걸 대입하지 않더라도 힘들면 짜증나잖아요. 그럴 경우에는 좀 쉬는 시간이 필요하죠. 쉬는 시간과 공간, 10분 만이라도 혼자서 쉴 수 있고, 또 전업주부 같은 경우에는 남편이 도와줄 경우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토요일 오후 시간에 남편이 두세 시간 아이를 전담으로 봐준다든가. 그 시간 동안에 편하게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고 카페에서 잠깐 쉬다 올 수 있고, 목욕탕에 가서 목욕도 하고 올 수 있고. 이러한 시간을 주면 충전이 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런 나를 위한 시간을 꼭 확보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정말 화를 냈다면 그냥 잘못했다고 빨리 사과하세요.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화났어. 네 잘못 아니야. 미안해. 엄마도 가끔은 힘들 때가 있어. 엄마도 쉬고, 너도 쉬자. 같이 쉬자.” 그럼 아이가 바로 얘기해요. “네, 알았어요. 엄마.” 그리고 마음이 풀려요.
많은 아이들이 완벽한 엄마보다는 이렇게 솔직하게 인정도 하고 내 감정도 들여다 봐주는 인간다운 엄마를 원합니다.
나도 인간이고 아들도 인간이기에 총론적으로 접근하면 쉬워요. 잘못했으면 사과하셔야죠. 진심 어린 사과하면 또 사과 잘 받아 주잖아요. 인간관계의 보편적이고 총론적인 접근을 아이하고도 하시면 어렵지 않게 이 상황을 좋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후회 할 수 있는 엄마라는 것 자체가 좋은 엄마라는 증거입니다. 다. 나쁜 엄마들은 몰라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한테 어떤 상처를 줬는지 알 수 없단 말이에요. 내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엄마잖아요. 그거면 됐죠.
훈육할 때 죄책감이 들어요
저는 죄책감은 인간이 갖지 않아야 될 감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단죄잖아요. 일반적으로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살지는 않아요. 어떤 행위에 대한 잘못을 하면은 미안함을 느끼죠. 죄책감은 좀 더 딥(deep)하고 강한 잘못이죠. 뭐 이런 경우가 있죠. 교통사고를 내서 상대방이 크게 잘못된 경우, 이럴 경우 느끼는 게 죄책감이잖아요. 사실 그런 잘못은 많이는 하지 않고.
그런데 엄마가 아이를 훈육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 이거는 좀 스스로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너무 과하게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을 느낀다는 거죠. 아이한테 훈육을 했을 때 아이가 속상해하겠죠. 그걸 보고 약간의 미안함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훈육을 할 때는 단호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즉 훈육의 기준을 잡고 단호하게 해야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아이가 음식을 엎었어요. 이거는 단호하게 야단칠 건 아니잖아요. 그냥 잘 치우고 “다음부터는 주의하자.” 이야기 해주는 정도예요.
그런데 아이가 편의점에서 뭔가를 훔친 거예요. 어려서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나쁜 짓인 것을 알고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단호해야 하죠. “이거는 하면 안되는 행동이야. 그리고 여기에 대한 것에 너는 책임을 져야 해. 편의점에 가서 사장님한테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물건값을 우리는 물어내야 해.” 이런 거를 아이한테 명확하게 해줘야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애가 막 울 수도 있고 떼를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죠. 이 때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엄마들이 미안함과 단호함과 죄책감, 뭐 이런 감정을 헛갈리는 이유가 그 기준이 없어서 그래요. 어떤 경우에 단호하게 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주의를 주고 넘어가야 하고... 각 경우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안전 문제는 되게 엄격해요. 아이를 차에 태울 때 꼭 안전벨트를 매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장난치거나 엘리베이터 뛰는 것은 못하게 해요. 하면 안돼요.
또 하나는 도덕적 문제에요. 남의 것을 가져오거나 거짓말하는 거예요. 이런 도덕이랑 관련된 것은 엄격하게 아이를 훈육을 하고 있고요. 또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우리도 살면서 하얀 거짓말을 하지만 아이가 하는 거짓말은 부모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를 수 있습니다. 부모를 속이는 거짓말의 경우는 엄격하게 얘기를 합니다. 아이가 그 유튜브를 봤는데 안 봤다고 거짓말해서 들켰을 경우. 저기서 태블릿 하루에 1회. 뭐 이런 것들 딱 원칙을 딱 세워서 그걸 하게 하고요.
또 유연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적인 실수, 이런 거 유연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거고요. 또 감정 표현도 있죠. 아이가 심하게 짜증을 낼 때 행동은 잡아야 하지만 애가 속상해할 때는 “야, 뭐 그런 거 같고 그러냐.” 이런 말보다는 “왜 속상했어? 왜?”하면서 물어보면서 감정을 들여다 보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나의 기준이 명확하면 죄책감 없이 또 미안함 없이 단호함을 갖고 훈육을 할 수 있는 거죠.
마음이 단단하고 건강한 엄마가 되려면?
제가 생각하는 단단한 엄마는 충분히 좋은 엄마를 얘기합니다. 아이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엄마, 엄마 또한 실수할 수도 있는 엄마라는 거죠.
정말 작은 변화가 단단한 엄마로 가는 시작이거든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려다가 심호흡을 하고 한 번 참은 엄마. 이것도 단단함의 시작이고요. “누구는 뭐 구구단을 다 외웠대.”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꼭 참은 엄마. 스마트폰으로 인스타 보고 있는데 아이가 말을 시킬 때 스마트폰 탁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맞추면서 아이의 말과 행동에 온 집중을 해줄 수 있는 엄마. 저는 이런 엄마들의 단단한 엄마가 되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문출처 : https://knou-oun.tistory.com/entry/%EC%95%84%EC%9D%B4%EC%97%90%EA%B2%8C-%ED%99%94%EB%82%B4%EA%B3%A0-%ED%9B%84%ED%9A%8C-%EC%A4%91%EC%9D%B8%EA%B0%80%EC%9A%94